2007년~현재/시 사2014. 9. 30. 11:16

간난이 엄니, 그 얘기 들었슈?”

뭔 야그유?”

, 글씨... 저 아래 개똥이네 있잖유?”

근디유?

개똥이가유, 글씨 영감님이 됐다네유. 고등고신가 뭔가에 떡하니 붙었다고 협디유.”

그려유? 징허게 고생 고생 혀드니만... 아휴 참말로 잘 됐네유.”

누가 아니래유... 똥꾸녕이 찢어지게 먹도 몬허고 개똥이 뒷바라지만 혀쌌는 눈치던디... 개천에서 용이 났구먼유.”

그러유. 용 났쓔... ...”

우리 동네 경사네유. 마을 잔치라도 혀야겄지유

암유, 해야쥬.”

하하하... 호호호...

 

그때는 그랬다. 이웃집 개똥이가 고시에 합격을 해 벼락 출세를 해도, 옆집 복순이가 돈 많은 놈 만나 부잣집에 시집을 가더라도, 좋은 일에 따르는 뒷담화는 항상 훈훈했다. 비록, 배는 고팠을망정 살만은 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나쁜 일 흉보기는 확성기로 틀어대고, 좋은 일에도 축하보다는 운 타령이 앞선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진리가 하나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누군들 사촌이 땅 샀다는 얘기 들으면 속이 싸하지 않겠나만은 요즘은 그저 싸한 정도가 아니라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 천지를 개벽시킬 만큼의 토사물을 쏟아내야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왜 이리 되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불법과 편법에 대한 반발 심리에 더해 이에 대한 추종화 경향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고 본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리 잘 되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큰 시험에 합격한 놈은 제 실력으로 붙었다기보다는 부정행위로 그리 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장사 잘 해서 많은 돈 번 사람은 그 사람의 성실성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고 목이 좋아 부자가 된 것으로 믿으며, 사회적 출세는 얍삽한 자들이 손바닥 비벼대며 아부한 것의 결과물 정도로 치부해 버린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가십성 기사가 언론을 통해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도 장관급 인사들 인사청문회 하는 것 하나만 보더라도 그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돈에 눈이 멀어 부동산 투기 한번 안한 인사 없고, 자식 놈 좋은 학교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학위 논문 표절쯤은 관행이라 우긴다.

 

현실이 이럴 진데, 그러니 잘된 일에 당연히 따라야 하는 덕담과 공감의 화기애애함은 세월 속으로, 사람들의 인정 저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 민심을 탓할 일만도 아니다.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민층의 증세 알레르기가 안주로 오를 때가 가끔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현상이기에 그렇다. 소득에 비례해 많이 버는 계층이 많이 내고, 적게 버는 계층은 그에 맞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늘어난 세금은 서민 복지를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유가 뭘까? 그런 반응을 보이는 본인들조차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는 못한다. 묘한 심리상태기에 그렇다. 이러니 증세 정책을 내 놓은 입장에서는 서민들 눈치 보기 바쁘다.

 

서민들도 안다.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믿지를 못하는 거다. 정말 많이 버는 놈들이 많이 낼까? 아니다, 그 놈들은 힘과 머리를 빌려 다들 요리조리 빠져 나가고 끝내는 힘없는 우리들만 더 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결국, 나만 손해 보는 짓은 못하겠다는 거다.

 

이것은 우리사회 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구조적인 병폐 중에 하나다. 대한민국에 자본주의적 경제체제가 막 도입되던 무렵인 1950년대, 이미 자본의 시작부터 온갖 야바위꾼들의 눈꼴사나운 각축장이었다.

 

농지개혁과 귀속재산불하, 미국의 농산물 원조 등 굵직한 사업들마다 기업인과 권력이 결탁한 채 다 해쳐먹었던 것이다. 그들이 마침내는 이 땅의 상층부를 형성했다. 이게 불과 60여 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런 병폐가 미처 수정되지 못하고 자본의 논리로 전도된 채, 이제껏 외적 성장만을 거듭해 온 것이다. 천민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생각은 이렇게 변해갔다.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본다.” “하면 된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이기고 봐라.” “ 먼저 먹는 놈이 장땡이다.” 더 말해 무엇하나?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데...

 

공평정대해야 국민은 수긍한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용의 원천이 된다.

 

 

추신 : 뉴스 검색하다가 관련한 기사가 있길래 몇 자 끄적여봐쓔.^^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