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4. 11. 17. 13:31

빅맥, 코카콜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 휘발유 가격이 도쿄보다 서울이 비싸다고 하지요. 오늘자 서울신문 기사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소득 올랐지만 엔저로 역전이라고 부제를 달아놓았던데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분석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일본이 물가가 비싼 도시로 다들 알고 계시고, 이것 때문에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 고민도 많이 하시는 것을 종종 봅니다만 사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비싼 것은 비싸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아주 많다는 게 정답인 듯싶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서민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 가격은 저렴한 게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식 소고기덮밥인 규동(牛丼)의 경우는 물론이고 규동가게에서 파는 대부분의 음식들이 300(3천원)~500(5천원) 정도 합니다.

 

우리나라 서울에서 이 정도 가격에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 있나요? 김밥집 정도가 그렇겠지만 김밥집에서도 김밥과 라면을 제외하면 김치찌개 한 그릇에 4500~5500원 정도 하니, 쉽게 비교가 됩니다.

 

그리고 옷값도 그렇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유니클로라는 상품, 사실 이거 처음 일본에 나왔을 때는 젊은이들이 입는 아주 저렴한 브랜드였습니다. 대개 천엔이나 이천엔 정도하는 저렴한 의류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 후에 사업이 좀 잘 되자 7~8천엔짜리 오리털점퍼와 자켓류도 나오기 시작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저렴한 가격에 젊은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브랜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네에 있는 소규모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가면 브랜드의류들도 많이 세일된 가격에 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번은 오리털 점퍼를 하나 사러 갔는데, 노스페이스라는 브랜드가 5천엔에 팔리고 있더군요. 그때 우리나라에서는 이 브랜드가 한참 뜨고 있을 때였지만, 저는 듣도 보도 못한 상표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른 점퍼를 사서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그 유명한 거였더군요.

 

또 하나, 남자들 이발의 경우도 동네 이발소에 가면 대개 3천엔에서 35백엔 정도 합니다. 그런데 동네 곳곳에 있는 남성전문 컷트숍에 가면 천엔 - 요즘 우리나라에는 7천원(우리 동네에는 5천원짜리도 최근 생겼지만) 하는 남성 전문 컷트숍이 성업 중입니다 - 에 가능합니다. 물론, 머리를 감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연세 있는 분들은 다들 동네 이발소로 가시지요. ? 그게 일반적인 시세라 보기에 그렇습니다. 삶의 질의 차이인 것이지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겁니다. 이렇게 서민들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서비스요금이 저렴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르바이트 시급을 포함한 임금이 높다는 겁니다.

 

서민들 생필품의 가격은 우리와 큰 차이가 없는데, 단적으로 아르바이트의 시급은 우리의 두 배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그렇지요. 우리의 삶이 그만큼 더 팍팍하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이 지금 저렇게 된 데는 물론 잃어버린 20년의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그래도 일본 서민들이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저들은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라는 정점까지를 찍었었기 때문이지요. , 다들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을 했었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경기침체가 장기간 계속되자 앞서와 같이 서민들의 생필품 가격이 자동적으로 하향 안정화로 돌아선 겁니다. 그러니 그 오랜 시간을 큰 탈 없이 다들 먹고 살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채 선진국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신자유주의라는 역풍을 맞으면서 서민들의 삶을 살필 제대로 된 준비의 시간을 갖질 못하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신자유주의라는 게 뭡니까? 쉽게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금융자본이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 아닙니까? 케인즈주의의 대안으로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복지축소, 사회안전망 비용 삭감, 인플레이션을 통한 실질임금 저하 정책 등을 통해 서민들을 쥐어짜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전반적인 사회시스템과 서민들의 삶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즉 튼실한 내·외부적 환경들을 갖추지도 못한 채 엄동설한 북풍한설에 알몸으로 내몰려버린 겁니다. 이러니 온몸이 꽁꽁 얼 수밖에요. 바로 이게 서울의 삶이 도쿄보다 더 팍팍하게 된 이유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