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4. 12. 15. 12:52

어제 실시된 일본 총선에서 연립여당인 자민당 세력이 압승을 했다고 합니다. 다들 그럴 것으로 예측들을 했었기에 반응은 무덤덤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큽니다. 자칫하면 우리 또한 일본의 정치적 판박이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일본 사회에서 자칭타칭 진보적이라는 세력이 멸망의 길로 들어선 게 대략 10~15년 정도 전입니다. 대체적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몰락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하다가 2000년대 중반이 되면서 공산당과 사회당에 이어 마지막 남았던 사민당 - 故 도이 다카코 당수의 퇴장과 함께 - 의 기세가 완전히 꺾이면서 자민 · 민주 양당 체제로 굳혀지게 됩니다.

 

그 와중에 잠시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도 있기는 했습니다만, 이미 판세는 보수우익쪽으로 기운 뒤였습니다. 그리고 딱히 대안이 없었던 탓에 더해 언론과 재벌의 편에 있던 자민당이 그 힘을 빌어 다시 정권을 되찾아 가게 됩니다.

 

아마 당분간은 자민당 일당 체제가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대안부재로 인해 그렇습니다.

 

그럼,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그걸 이야기하기 전에 이번 일본 총선 투표율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후 최저인 52%대의 저조한 투표율이라는 언론보도를 봤습니다.

 

결국, 이게 문제였던 것이지요. 다들 정치에 관심을 끊고 나몰라 하는 사이, 일본 정치는 더 이상 빠져나올 곳 없는 깊은 수렁으로 곤두박질 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다소 진보적 식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투표에 참여를 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그 놈이 그놈이라고요? 역으로, 그놈이 그놈이게 만들어 놓은 것은 유권자들의 탓도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일입니다. 정치인이라는 사람들, 갑자기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인간들 아닙니다. 다들 유권자의 선택으로 뽑힌 사람들입니다.

 

국민들이 꾸준하게 정치에 관심을 갖고 그놈이 그놈이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지 않으면 정치는 그 속성상 반드시 일탈을 꿈꾸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정치혐오 · 정치불신에 빠져 정치에서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이미 판세는 돌이킬 수 없이 다들 그놈들이 되어 그놈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이게 오늘 일본의 모습입니다.

 

저들이 저렇게 되기까지, 일본 언론과 자본 그리고 보수우익정권의 고약한 짓거리들이 있었습니다. 주변국과의 끊임없는 갈등 조장을 통해 국민들의 애국심 고취에 열중했으며, 자학의 역사를 자부심의 역사로 바꾼다는 미명 하에 역사왜곡에 매진했고, 정치권력 흠집 내기로 정치 불신을 한껏 키웠습니다.

 

그 와중에 하나 둘 사회적 진보세력들이 나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에 가열차게 항거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의 현실이 오버랩 되지 않습니까? 북쪽과의 갈등, 역사교과서 문제, 정치 혐오 부추기기 등의 고약한 짓거리들.

 

지금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전대미문의 미래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특히나, 정치권력의 향배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정권을 마지막으로 지역주의와 결탁한 1인 보스체제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머지않아, 야당에 이어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절대 보스 부재의 대혼란을 겪게 될 겁니다. 한국 정치가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길 위에 서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지금이 몹시도 중요합니다. 10년 뒤, 대한민국 땅에서도 아베의 정치인들이 설치게 될지도 모르기에 그렇습니다. 두 눈 부릅뜨고 정치를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정치는 바로서고, 국민 삶의 질은 향상된다저는 그리 확신합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