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4. 12. 17. 17:37

때 아니게 땅콩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 녀석이 뭔 죄가 있다고... 그쵸?

 

, 그 얘기는 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게 어디 어제 오늘의 일만도 아니고요. 또 이제 와서 재벌가의 상속자들 문제 있다고 이런 식으로 떠들어대 봤자 이미 크게 해 먹을 놈들은 다 해 먹었고, 처음부터 원위치 시켜서 재벌의 지배구조를 이참에 아주 깡그리 바꾸자면 모를까 이거야 말로 잠시 확 타다가 금새 사그라질 수 있는 냄비식 화두이다 싶습니다.

 

저는 이 사태를 보면서 더 재미있었던 게, 사과하러 나온 그 여인의 패션에 관한 뒷담화들이었습니다. 그녀가 입고 나온 코트가 하나에 1억한다고 하더라는 둥, 머플러가 천만 원짜리라는 둥, 멸종위기 동물인 비큐냐의 털로 만들었다는 등등...

 

그딴 것들 저는 별로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만큼을 써서 코트 하나, 가방 하나, 제 맘에 드는 것으로 들고 다니겠다는데 그걸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게 코트고 가방이라서 그렇지 그 돈을 다른 누군가의 살아 있는 노동력에 쓰고자 한다면, 그녀를 위해 어떠한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흘러넘치고 있음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기에 그렇습니다.

 

쉽게 이런 것이잖아요. 대기업 회장님께서 검찰 출두라도 할라치면 그 기업 종업원들이 도열해서 회장님, 힘내십시오.” 라고 외쳐준다거나, 힘들게 공부해서 어렵사리 변호사가 되어 탈세와 탈법을 저지른 그 회장을 위해 열정을 다해 변론을 해 준다거나, 심하게는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마다하지 않는 그런 행동들 말입니다.

 

이거요? 작게는 연봉 몇 천만 원, 많게는 몇 억만 주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사람들을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산 증거입니다.

 

사실, 이게 정말 문제 아니겠습니까? 돈이면 모든 게 다 된다는, 돈이 된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화폐의 물신성(物神性)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가장 지탄받는 요인들의 대부분이 바로 이 화폐의 물신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적게 벌고(일하고) 많이 노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에 동의하지 않을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제껏 우리는 돈을 위해 살아왔음을 부인키 어렵습니다.

 

사회가 그리 살지 않으면 안 되게 작동을 했으니 그렇게 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저항할 방법 또한 마땅치 않기도 했습니다. 짐 싸들고 산으로 들어간다면 모를까 인간 사회에서 남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다 보니 다들 그걸 당연시 하며 독하게 살고들 있는 것이지요.

 

어디 보니까, 최근 스탠퍼드 대학의 존 펜카벨(John Pencavel)교수는 실제로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하더군요. , 일 많이 시킨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인 겁니다.

 

그러니까 일도 할 만큼만 하고, 여가도 즐겨가며, 개인생활도 갖고, 그리고 다시 일터로 돌아와 집중해야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얘기인 셈입니다.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이런 얘기는 이미 1800년대 중반 맑스가 자본론을 쓰던 그 당시에도 존재했던 이야기들입니다. 그 당시에는 성인노동자의 보조자로서 아동노동이 아주 일상화 되어있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집이 부유해서 학교에만 다니는 아이들보다도, 집안 사정상 공장에서 일하며 학교를 다녀야 했던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더라는 겁니다. 앞서의 예와 같은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이 자명한 진리가 그로부터 15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저 당연한 말씀으로만 치부된 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에만, 또는 학업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뿐만 아니라, 주말도 있는 삶. 일뿐만이 아니라, 여가도 보장이 되는 사회. 공부만이 아니라, 취미도 소중히 할 줄 아는 교육.

 

한낱 꿈일까요?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