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5. 2. 16. 14:41

2016년 여름 어느 날, 휴대폰의 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이름이 뜨지 않는 것으로 봐서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전화인 모양이다. 아니면 광고성 전화든가.

 

마침, 지인과의 맛난 점심식사 중이라 무시할까 하다가 하도 벨이 울려대는 통에 통화버튼을 누른다.

 

연세 지긋한 남성의 또렷한 음성이 귀에 전해진다.

 

헬로우라는 첫마디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서, 게다가 혀 굴리는 발음 스탈로 봐서 외국인인 듯 싶다. 미국인? 아니면 영국에서?

 

유창한 내 영어 솜씨가 빛을 발하려는 순간, 대뜸 저쪽에서 급히 한 마디를 던진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입니다.”

 

, ?”

 

내년에 제가 신작이자 제 인생의 마지막 대작을 준비 중입니다. <인디애나 존스 2017> 이게 이번 작품의 타이틀인데,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아주십시오.”

 

?”

 

“현재, 헐리웃 최고의 여배우인 스칼렛 요한슨이 당신을 사랑하는 배역으로 출연하기로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입니다. 동양적 마스크에 서양적 분위기를 가진 당신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꽃미남인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아니, 스필버그 감독께서 내가 과거에 잠시 무대연기를 했던 것은 어떻게 아셨을까? 게다가 나이 50에 꽃미남 역이라니..."

 

어쨌든 인간에게는 평생에 3번의 기회가 온다더니 내가... 드디어... 스칼렛 요한슨과... , 나는 이제 떴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난 아직 그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에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감독님. 저는 아직 그럴 정도로 연기가...”

 

그때 "실례지만" 이라는, 정중하지만 단호한 어투로 나의 말을 끊고 스필버그 감독께서 한 마디 하신다.

 

이미, 언론사 보도자료가 모두 뿌려진 상태고, 출연료는 백지수표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정말 당신 같은 꽃미남이 필요합니다.”

 

감독께서 이렇게까지 간곡히 말씀하시는데 더 이상의 사양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 그러시면, ... 스필버그 감독님. 연기 공부를 하고 촬영을 할 수 있게 촬영 일정을 좀 늦춰주시면 어떨지요?”

 

연기 공부는 무슨...” “제가 전화를 잘못 건 모양입니다.” 뚜뚜뚜

 

다음 날, CNN을 비롯한 전세계 유수의 언론과 대한민국 일간지 1면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고별 차기작이자 세기적 대작 <인디애나 존스 2017>의 주연배우로 한국 영화배우 강동원씨가 발탁되었다는 기사로 도배가 되었다.

 

아 씨.... 모른 척하고 알겠습니다, 감독님.“ 할걸.... 하고 후회하겠지?

 

 

누구는 이름 석 자 비슷하다고 해서 현 정권 실세 어른으로부터, 그 중요한 방위사업청장(차관급) 제안 전화까지 받아 봤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나의 이런 소박한(?) 꿈 정도야, 저 강동완의 애교이겄지요?^^ 씁쓸하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