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5. 4. 14. 10:38

요즘 모 개그맨이 뱉어 낸 수준 이하의 발언들이 구설수에 올라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여성비하 · 여성혐오 발언들이란다.

 

내 생각은 이렇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어느 한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씹어대는 행위는 그게 무엇이든 간에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그 자신에게도 반성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퇴출이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난 개인적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옛날부터 그랬다. 영구류가 코미디계를 주름잡던 그때부터다.

 

재미와 웃음을 기본 소재로 하는 코미디의 특성상, 찾고 찾다보니 결국은 누구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야 비로소 웃음보가 터지더라는 이유 때문에 나는 코미디를 멀리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것을 미디어의 악영향으로 본다. 청소년들의 왕따와 이지메라는 것도 이런 현상과 절대 무관치 않다. 여기에 더해 거친 남자, 상남자에 대한 현실 이상의 긍정적 묘사도 그렇다.

 

내가 가면 길이 된다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길이 들어가면 안 되는 잔디밭이라면? 자연보호지역으로 출입금지 구역이라면? 그래도 내가 가면 길이 된다고 우기며 자동차를 몰고 들어갈 텐가?

 

CF 등에서 특히 많이 다뤘던 거친 남자들의 무모한 행동들이 청소년들에게 끼친 악영향은 컸다. 길 가다가 괜히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기도 하고 가만히 서 있는 자판기에 주먹질도 해 댄다. 물경 그 정도는 해 주어야 거친 남자가 되는 거거든. 또 아무데나 침 정도는 찍찍 뱉어 줘야 역시 거친 남자의 축에 든다.

 

뭐, 어릴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헌데, 그런 것에 의한 고통으로 목숨까지 버리는 친구들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글쎄다. 우리가 자랄 때라고 해서 그런 철없는 고약한 짓거리가 아주 없었든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것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친구들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 짓 이면에는 순수함이란 게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그랬다.

 

하지만 미디어의 등장과 학습 효과로 인해 이제 청소년들의 그 짓 이면에 깔려 있는 것은 영악함과 심적 고통의 극대화다. 역으로는 가해자 쪽의 즐거움의 극대화가 되겠다. 그러다 보니, 당하는 입장에서 받는 아픔이 너무도 큰 거다. 삶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내가 무슨 도덕 선생이라도 된 양 약자 보호에 앞장서자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적어도 사회적 약자를 씹고 희생시켜서 덕을 보려는 행위, 나아가 편견과 편협함으로 인간 및 사회에 대한 사리분별이 불분명한 자들의 미디어 활동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점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