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5. 7. 28. 16:54

일본 안보법안 개정을 둘러싸고 아베 총리와 반대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하지요? 안보법안은 크게 ‘평화안전법제 정비법안’과 ‘국제평화지원법안’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전자는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한 법안이 주를 이루고 있고, 후자는 자위대의 해외 파병과 관련한 법안이 되겠습니다.

 

패전 이후 일본 정부가 워낙 튼실하게 일본헌법에 평화희구 정신을 담아 놓았기 때문에 일본이 다시 군대를 보유하는 문제나 자위대의 해외파병 문제 등이 법안 하나 바꾸는 것으로 쉬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헌법이 최상위 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일본 헌법의 개정이 생각처럼 여의치 않으니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기에- 헌법을 손대지 않는 선에서 편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이조차도 용납할 수 없다는 일본 국민 여론이 비등한 것 같습니다.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우리 언론에도 종종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저런 일탈을 획책하는 일본의 보수세력들에게 분노도 했었고, 좌절도 했었고, 때로는 욕설도 내뱉으며 화를 삭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습니다. 저들이 저러는 이유의 근저에는 ‘애국’이 자리하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일본 보수우익세력의 정신적 뿌리는 천황입니다.

 

가라타니 고진은 그의 명저 <일본정신의 기원>에서 일본에서 천황제가 오래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천황제의 신화적인 힘 때문이 아니라 한 번도 이민족에게 지배당하지 않았던 역사 때문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글쎄요. 여러 이론(異論)은 있을 수 있겠으나 상당한 설득력과 매력이 있는 주장이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뿌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주장입니다.

 

태평양전쟁이 실질적으로 종결된 것은 1945년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패전을 인지한 시점은 그보다 2년이 빠른 1943년쯤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관련 자료들을 증거로 제시하며 말입니다.

 

그러면 그 2년 동안 일본 군부와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바로, 일본의 패전으로 전쟁이 종결될 경우 연합국(미국)으로부터 천황제의 유지를 보장 받으려고 뒷작업을 했다는 겁니다. 즉, 천황 보호를 위해 2년의 세월을 보냈으며, 그 기간 동안 엄청난 인명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역시 천황을 지키고자 했던 일본 군부(정부)의 고육지책이었던 셈이 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미군에 의한 원자폭탄의 투하 역시 일본군부의 동의에 의한 계산된 실험이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까지 있습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원폭이 투하되자마자 노트를 든 일군의 전문가들이 실태조사를 위해 현장에 투입이 되었었다는 목격담과 관계자 진술 등을 들고 있습니다. 사전에 준비하고 있지 않고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게 현실이니 천황제는 일본 정신의 핵이자 혼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을 지키기 위해 희생되었던 무수한 인명과 재산 손실의 양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보수의 품격은 자존심입니다. 이는 지조 하나로 세상을 살았던 조선의 옛 선비들을 떠올려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보수는 설령 미국의 강아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일장기와 성조기를 같이 흔들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객기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국주의를 경험해 본 나라입니다. 세계사적으로도 영국을 비롯해 몇몇 국가만이 제국주의의 범주에 들만큼 그 스케일과 마인드 자체가 여타 국가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역사 자체가 ‘한(恨)’으로 점철되었다고 믿고 있는 우리가 어찌 그런 정도 까지의 품격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한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하는 정치인들은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이 동아시아의 패권국으로 보일 때는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고, 이제는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등장을 하자 성조기 아래서 무릎 꿇고 큰 절이나 올리는 일부 정치인들을 보면서 보수의 품격을 다시금 되새겨보게 됩니다.

 

자존심 좀 갖고 삽시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