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5. 8. 8. 15:22

이야기 하나. “황혼 이혼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제 이걸 법으로 보장을 해 줘야 합니다. 결혼해서 20년을 살면, 무조건 헤어져서 서로 다른 짝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백년 회로라고 하는데, 아니 옛날에야 인간 수명이 채 50세를 넘기기 쉽지 않았으니 다들 20년 정도 살면 자연적으로 이별을 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수명이 80세가 기본이에요. 그럼 30살에 결혼을 한다 쳐도 50년을 함께 살아야 하는데, 너무 심하지 않아요?”

 

이야기 둘. “남편이 정년퇴직을 했는데, 처음 일주일 정도는 좋다가 이후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는 거예요. 하루 세끼 밥상 차려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어딜 가냐고 꼬치꼬치 캐묻는데... 어휴, 제발 밖에 좀 나가라고 통 사정을 했어요. 그나마 요즘은 서로 자기 시간을 갖게 되어서 그러려니 하고 살아요.”

 

이야기 셋. 오늘 아침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방화쪽에서 아라뱃길 가는 자전거길이 공사 중이라 몹시 혼잡스러운 상태였다. 자전거 중앙선 분리선도 모호하고 한쪽은 끊겨있는 상태고 해서 나름 조심해서 간다하고 페달을 밟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마주오던 어떤 이가 나를 향해 주먹질을 해댄다.

 

순간, 나도 깜짝 놀랐고 바로 내 뒤를 따라오던 초면의 젊은이 일행 3명도 몹시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그렇게 약 10미터 정도를 스쳐지나가서 섰는데, 손가락질을 해대며 나 보고 오란다. 오라고 하시니 가서 뵈어야지 별 수 있나?

 

다가가자 한 마디 하신다. “왜 남의 차선으로 달리고 지랄이야?”

 

내 뒤에 있던 젊은이들의 일행 중 한명이 말한다. “저 앞 도로를 보세요. 공사 중이라 차선 구분이 안 되잖아요.”

 

그 분이 또 말씀 하신다. “에이 씨, 저기는 중앙선이 있고 내 차선이잖아?”

 

내가 말했다. “그래서 주먹질 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시려고?”

 

그분이 말씀하신다. “그건 당신 책임이지.”

 

아침부터 참 거시기 하다. 내가 말했다. “나요, 싸움질 하고 다니면 안 되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가세요, .” 하며 등을 떠밀었다. 그랬더니 이 한마디 하고 사라지신다. “거 씨,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하면 될 걸

 

 

 

참으로 바쁘게 전사들처럼 산다. 우리만큼 바쁘게 살아가는 국민들 찾기도 쉽지 않다. 아마 없을 거다. 그런데 그 바쁜 것의 이면에는 자본이 존재한다. , 먹고 살기 위해라는 핑계를 대며 그렇게들 살아가는 거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하루 15시간씩 일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라면 분명 문제 있는 사회다. 불행히도 우리가 그렇다. 아침 8시에 집을 나서면 회사를 떠나는 시간이 빨라야 7~8시 아닌가? 잔업이다 회식이다 하면 그보다 늦는 것은 당연한 거고 말이다.

 

그러한 사회에 있어 가정이란 무엇일까? 게다가 그 가정의 또 다른 한 축인 여성조차도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 중 한 사람이라면, 가정은 그저 하룻밤 머물며 내일의 노동을 위해 다시 힘을 비축하는, 마치 자동차의 주행을 위해 가끔 들리는 주유소 같은 곳이 되고 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태가 하루 이틀, 일이년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직장을 그만 두는 순간까지 길게는 30, 짧아도 20년을 가정이란 저녁에 잠시 들러 잠이나 자고 나오는 곳에 불과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20~30년을 다른 낮을 살아온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같은 낮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진다면, 그게 정상적일 거라고 믿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고? 이 말은 평생을 죽어라고 일만 하라는 의미의 말이 아니다. 절대자를 기다리며 기도만 하고 있는 신앙인들을 꾸짖는 말이자, 노동이란 신체 건강한 이들의 의무이고 명예이며,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판매한 노동력에 의해 사회적 이윤이 창출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인간은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노동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한 조건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마치 노동이 인간 존재의 전부인 냥 과대 포장하는 이들에 의해 노동이 고역이 되는 거며, 노동의 노예가 되는 거다.

 

명품 아파트, 근사한 자동차, 화려한 패션, 적당한 거들먹거림이 성공의 전리품이다. 다들 그걸 쫓는 꿀벌들 신세다. 그리고 죽어라 일만 한다. 그 속에 인간적인 덕목과 배려는 끼어들 틈조차 없다. 성공으로 오르는 사다리에 매달리기 위해 내 옆자리의 동료는 적이 되고, 내 이웃은 시기의 대상이 되며, 본인은 전사가 된다.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이다. 전사의 옷을 벗고, 휘두른 주먹을 거둬들이고, 인간으로 살자.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