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감 상2015. 8. 18. 16:37

광복(光復) :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음.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광복의 뜻입니다. 며칠 전이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광복 70주년이었지요. 그런데 정말 우리가 주권을 도로 찾은 게 맞나?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전쟁 발발시 국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우리 군의 작전통제권(작전지휘권)조차 갖고 있지 못함이 현실이니 말입니다. 1950년 7월 14일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불쾌한 현실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는 참으로 비극의 역사를 살아왔습니다. 고조선이 멸망한 후 한의 한사군 통치기가 잠시 있었습니다.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후에는 당의 예속화 시도가 있었지요. 웅진도독부나 계림도독부를 통한 간섭, 안동도호부를 통한 만주통치기가 그렇습니다.

 

특히, 고려가 몽골과의 30년 전쟁 후 원에 의해 간접 지배를 당하며 이후 조선 멸망기까지 약 500년을 자주성 잃은 국가 신세로 전락합니다. 그리고 다시 일제의 식민지화, 그게 끝인가 싶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강대국에 의한 내정 간섭...

 

참, 광복 70년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참담합니다.

 

▲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역시나, 나라가 나라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던 그때. 몽골과의 전쟁으로 국토는 황폐화 되고, 백성들은 도탄과 쇠락에 빠져 거지가 되고 노비로 전락하고, 왕실과 권문세족들은 민고민지(民膏民脂)로 제 배 불리기에만 정신이 없던 고려말.

 

흉흉한 민심은 민란군이 되어 관군과 일전을 벌이는데, 이들의 대장격인 풍천(배수빈 분), 덕기(이병헌 분), 월소(전도연 분)의 활약으로 관군은 패퇴를 면치 못합니다.

 

허나, 결정적인 순간 덕기의 배신으로 풍천은 월소의 칼을 맞고 쓰러지고 맙니다. 배신자 덕기를 흠모한 월소의 또 다른 배신이었던 셈이지요. 결국, 덕기의 손에 풍천의 딸 홍이(김고은 분)마저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인생사가 순탄치만은 않듯, 덕기와 월소의 선택도 갈리게 됩니다. 왕이 되겠다는 야심으로 똘똘 뭉친 덕기는 유백의 자리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나, 풍천의 죽음을 잊지 못하는 월소는 복수를 선택합니다. 끝내 월소는 자신과 덕기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홍이라 짓고 이 아이로 하여금 풍천의 원수를 갚게 합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두 명을 없애야 하는데 그 두 사람이 바로 자신과 유백임을 고백하며 출생의 비밀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은 바로 홍이의 친부모입니다. 풍천의 딸 홍이는 덕기의 손에 죽임을 당했으니까요.

 

마침내, 홍이는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정확히는, 부모가 죽어 준 것이지요. 자식의 복수를 위해 희생되어 줬죠) 풍천의 원수를 갚습니다만 그 마음이야 어떻겠습니까?

 

영화 「협려, 칼의 기억」의 대강의 줄거리입니다. 결론 먼저 말씀 드리면,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다 좋았는데 시나리오가 좀 엉성했다고나 할까요? 우선, 극적 긴장감이 전혀 없습니다. 죽고 죽이는 게 다 개인사에 국한되다 보니 대의랄까 명분이랄까 이런 게 많이 희석되어 버렸습니다.

 

또한 왕이 되겠다는 자인 유백의 야망과 의지도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왕이 되겠다고 했으면 왜 그게 되고 싶은지에 대한 각고의 노력 같은 게 보여야 하는데, 말로만 그렇게 합니다. 그러니 이입이 안 되지요.

 

역시, 복수를 말하는 월소와 홍이의 입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왜 복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지가 미약합니다. 너무 느슨한 거죠.

 

이러한 이야기 구조의 느슨함이 결국은 지루함을 더하게 하고 자꾸 시계를 향해 눈길이 가게 만들더라는 겁니다.

 

영상도 좋고, 연기도 괜찮았고, 풍광 또한 멋졌는데 한국판 무협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감독(박흥식)의 욕심이 끝내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를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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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