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8. 1. 9. 22:3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의 움직임이 평화지향적으로 흐르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에 더해 미국의 입장 또한 남북대화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겠다는 쪽이니 이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이 시점에서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 하나, 도광양회(韜光養晦)와 결부당두((不當頭)다. 도광양회란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이고, 절부당두는 실력이 될 때까지 절대 앞으로 나서지 말라는 말이다. 이는 1980년대 이후 90년대까지 덩샤오핑의 외교전략 방침(28자 방침 중에 8자)이다.


(냉정관찰: 중국이 어떠한 행동을 취하기 전에 국제정세를 냉정하게 살펴라), (온주진각: 스스로 내부의 힘을 길러라), (침착응부: 중국의 힘과 이익을 고려해 침착하게 대응하라), (선우장졸: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길러라), (유소작위: 실력이 없는듯 낮은 자세로 임하는데 능숙해야 한다) 등이 더 있기는 하나, 남북의 평화공조와 화해무드 시점에 즈음해 국제정세적 측면에서 이 8자가 특히 머릿속을 맴돈다.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나 중국이 평화로울 수 있는 시기는 북미관계가 갈등과 대립 속에 빠져 있을 때이다. 사실, 그간 중국은 북미간 냉전의 혼란 속에서 자국 이익을 확실히 챙긴 측면이 크다. 미국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껏 성장을 만끽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기에 그렇다.


그런데 이제 남북관계 개선에 이어 북미관계 마저 훈풍에 머릿결 휘날리며 봄날로 달려가는 긍정적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이니, 이 다음 미국의 적대적 타겟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고 본다. 형식상으로는 중동쪽, 특히 이란이 위험해 보이기는 하나 이는 그저 미국의 국지적 소전략에 불과할 뿐이고, 당면한 실제적 미국의 주적전략은 중국이다. 중국의 부상(패권주의적 행태)을 미국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며, 그 표현 형태는 직접적 충돌보다는 내분조장식 양털 깎기, 즉 구소련의 해체 방식과 유사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다. 앞서 얘기했던 도광양회와 절부당두의 문구가 이 시점에 머릿속을 떠도는 이유가 말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DNA에는 패권주의가 없다"거나 "중국은 평화적인 나라"라는 말로 주변국을 안심시키려 하나, 이게 감언이설임을 그간의 중국정부의 행태가 잘 증명한다. 중국과 국경 또는 바다를 면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끊임없는 영토분쟁이 패권주의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남국간 평화교류 사업의 확대와 상호협력, 나아가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가 도래하게 되었을 때, 그때 동북아시아(통일한반도, 해체된 중국, 일본) 삼국의 모양새는 비슷한 군사적 또는 경제적 규모를 가진 국가들간 힘의 균형상태로 상당한 긴장의 연속이 될 것이다.


그리고 비록, 현재는 아시아의 강국이 중국, 일본, 인도라고 미국이 인식하고 있으며, 일본과 인도 그리고 베트남 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과 북이 분단 상황일 때의 이야기이고, 한반도가 통일이 되었을때는 이런 인식에 분명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는 -지금도 그렇듯이 - 거대한 통일한반도로 가는 과정 자체가 결코 아무 국가나 할 수 없었던 힘겨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내는 대장정의 결과물일 것이기에 이를 바라보는 미국과 세계 각국의 시선은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되었을 때, (미국 인식 속에서의)동북아시아에서의 대중국 견제장치는 일본이 아닌 통일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왕따가 된다.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렇고, 일본을 버려야(극복해야) 한반도가 산다.


그렇게 봤을 때, 통일로 가는 길도 험난하지만 통일한반도 이후의 과제 또한 산적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포스트통일시대를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국제정세에 능동적 대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많은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해체된 중국 및 일본과의 긴장 관계 하에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는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유럽연합(EU), 즉 서구를 굉장히 부러워하며 높이 평가하는 면이 강하지만 사실 유럽연합이라고 해봐야 총인구 5~6억 사이의 국가간 연합체에 불과하다. 우리의 동북아시아와 동아시아 국가들의 규모 또한 유럽연합과 비교해 결코 뒤쳐지지 않으니, 공생과 공존이라는 인류역사의 새로운 희망을 아시아에서 찾을 수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일로 가자, 그리고 힘을 기르자.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