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8. 2. 2. 19:57

세대차이, 세대간 다름.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것들이 정말 있기는 한거야" 라는 의문이 든다. 보고 듣고 자라난 환경탓인가는 모르겠으나, 살다보니 내가 어느새 그 옛날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해왔던 그대로, 놀던 방식 그대로, 듣고 부르던 음악을 마이크 잡고 부르고 있더라는 사실에 종종 놀라기에 그렇다.

 

하나, 내가 아주 어릴 적, 별로 놀이문화가 없던 그때는 공원이나 유원지 등에서 둥글게 모여 앉아 손뼉 치고 노래 부르고 춤도 추고 그랬다. 학생들은 소풍장에서, 대학생 청년들은 MT나 야유회에서, 그리고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천렵 삼아 또는 꽃놀이에서 그랬다.

 

그런데 그 중에 가장 싫었던 게, 거나하게 취하신 어르신들의 트로트 부르기와 막춤이었다. 저렇게 놀면 창피하지도 않을까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놀이가 있는 곳엔 빠지지 않고 술과 노래가 있었으니 그저 일상적이었던 모습이다.

 

아뿔싸, 그런데 이제 내가 그렇게 놀고 있다. 모임만 끝나면 노래방이고, 야유회 가는 버스 안에서도 그렇고, 식당이든 어디든 엠프에 노래방 시설이 기본이니, 먹고 마시고 난 후의 일정은 노래와 춤이다. 역시 대세는 우리 보모님 세대가 즐겨들으시던 뽕짝에 그 막춤이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아, 정녕 핏줄은 속일 수 없음이련가!

 

, 개인적으로 '의전은 안 하는 것, 또는 없는 것이 최고의 의전'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어릴 때로 돌아가 보자, 춥든 덥든, 비만 내리지 않으면 매주 월요일 아침은 운동장 조회가 있는 날이었다. 교장선생님의 반복되는 훈시의 말씀도 귀가 따갑도록 들어야 했고 말이다. 그리고 무슨 작은 행사라도 한번 참석했다 하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내빈들의 그렇고 그런 말씀에 단상 밑의 어린 것들은 초죽음이 되기 일수였다. 그래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대통령도 권위를 내려놓는 시대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감사함의 인사는 권력자들이 받아야 할 게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받아야 할 몫이다. 국민들이 권력자들을 그 자리에 앉혀줬기에 그렇다. 그런데 우리의 현재 일상은? 아쉽게도 예전과 별반 변함이 없다.

 

여기저기 작은 모임이라도 할라치면, 역시 회원보다는 소위 회장 부회장 등 이라는 이름의 권력이 위다. 대통령도, 국무위원도, 국회의원도, 자치단체장도 국민에게 봉사하는 봉사직이다. 마찬가지다. 모임의 장 또한 회원들에게 봉사하는 봉사의 자리이다. ‘이라는 권력은 봉사를 좀 더 편하게 하라는 의미에서 주어진 수식어일 뿐이다.

 

그런데 어디 그런가? 회장은 돈(회비, 찬조금) 많이 내는 존재, 고로 대우 받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음이 현실이고, 국민에게 봉사하라고 국민이 뽑아준 정치인ᆞ자치단체장들은 주민들에게 박수 받으며 입장한다. 주객의 전도다.

 

VIP석을 없애야 하며, 단상을 걷어치워야 하고, 내빈이라는 말도 빼 버려야 한다. 대신손님이라는 좋은 표현이 있다. 정치인과 권력자들에게 박수치라고 강권하는 자,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 권력 앞에 뭔가 아쉬운 게 있는 사람들이다. 박수 받아야 할 존재는 권력자들이 아니라, 국민이다.

 

, 요즘 #미투(Me Too)가 화두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과 관련한 반대의 의사표시이자 피해자에 대한 지지의 뜻이다. 이 땅에서 수컷으로 살면서 한점 부끄럽지 않을 수 없으니, 나 또한 가해자 중의 한명이라면 한명일 수 있다.

 

친근함의 표현이든, 고마움의 마음이든, 동료애의 발로든 간에, 그 어떤 형태의 변명이 붙는다 한들, 그걸 듣고 당하는 사람이 불편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할 일이요, 불편해하면 다음부터는 조심해야할 일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화되다시피 한 외설적 농담 또한 자중해야 한다.

 

, 어쨌든 이런 것은 개인 대 개인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일도 또한 적지 않다. 장기자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어릴 때의 학예회, 소풍 갔을 때의 장기 자랑, 축제 때 노래자랑.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이런류의 장기자랑은 내 곁을 떠날 생각을 안 한다. 내 나이 80이 넘어도 어디선가 장기자랑 준비에 열심일지 모를 일이다.

 

요즘 언론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다시피, 모 회시에서 장기자랑을 하는데 여직원을 대상으로 야한 춤을 추게 했다든가, 권력을 이용해(갑이 을에게) 인원을 동원시킨 채 무리한 공연(?)을 하게 했다든가 하는 뉴스가 그거다.

 

뿐만 아니라, 자발적(?) 때로는 반자발적 참여도 무시할 수 없다. 참 이게 묘하다. 군중심리에 의해, 또는 조직의 단합을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어쩔 수 없이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에 그렇다. 연습할 시간은 부족하고, 날짜는 촉박하고, 준비되어 있지 않은 몸들이니, 기껏 생각해 내는 게 재미있는 소재거리다.

 

이 역시나 재능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니, 의상과 분장으로 웃길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이 모든 것이 경직된 조직문화의 산물이자, 권위적 상명하복의 유산들이다.

 

어릴 적에는 재미있자고 했던 일들인데, 나이가 들어가니 뒤따르는 조직의 이익(약간의 상금+α)에 눈이 멀어 장기자랑 무대 위에 서 있는 나를 본다.

 

아서라, 술 한 잔 덜 하면 될 것을



▲ 이 사진은 위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