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8. 2. 4. 14:41

새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몸을 한껏 낮춘 채, 반격의 약한 고리 찾기에 여념이 없던 적폐들이 드디어 검은 발톱을 드러내고 준동을 시작했다. 정치, 언론, 포털, 사회 각 분야에서 서서히, 뿅망치게임의 두더지가 고개 내밀기를 하듯이 치고 빠지며 정부의 힘을 약화시키려고 안달들을 하고 있다.

 

아주 지능적이다. 물타기로 의제 희석하기, 세대별 맞춤 이슈 만들기, 예의 균형론에 입각한 나쁜놈 비켜가기 등을 통해 모든 사안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어 버린다.

 

검찰 내의 성희롱 사건이 대표적이다. 성희롱 사건의 당사자들, #미투(Me Too)로 확산되고 있는 더 많은 피해 실토 사례들의 심각성은 온데간데 없고, 새정부 법무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그 적절성 여부가 언론의 중심 이슈로 되어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검찰 내에서 검사 간 성희롱이 있었고, 그것을 8년 간이나 은폐ᆞ부정했고, 뿐만 아니라 인사상 불이익까지 당했으나, 그 가해자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팩트는 어디론가 사라진 채,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현 정부의 개선의지 여부다.

 

개헌문제는 또 어떤가?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후부로 출마했던 모든 후보들(주요 정당 출신)이 지방선거와 개헌을 동시에 실시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들 중 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 되었고, 나머지 후보들은 낙선했다. 그런데 낙선한 후보들 중 몇이 말을 바꾼다. 동시 실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물며, 대통령 공약을 모두 지키면 국가가 거덜난다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를 내세운다. 이는 유권자를 무시하는 망발이자, 정치인으로서는 탄핵감이다.

 

화장실을 찾을 때와 나설 때의 마음이 바뀐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 또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한 사안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언론들은 이조차도 여야간 정치투쟁의 연장으로 몰아간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욕심을 버려도 좋겠다. 어차피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로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음 총선은 불과 2년 남짓 남았다. 2년을 오로지 하나, 적폐청산, 적폐들을 발본색원하는 기간으로 설정하고 그것에만 집중했으면 한다.

 

적폐청산 하나만으로도 현 정부의 임무는 완벽하게 수행되는 셈이기에 그렇다. 박근혜 전 정부를 탄핵시킨 촛불시민들의 염원이 적폐의 청산이었고, 이 정신을 이어받아 현 정부가 탄생한 것이기에 적폐청산은 시대적 과제요 요구다.

 

현 시점에서 적폐청산의 중요성은 자유한국당(이후 한국당으로 표현) 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금의 한국당은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30%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고 있다. 한국당의 대표, 원내대표, 대변인이 내뱉는 말의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지층이다. 국민들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한국당이 저렇게 하는 이유는, 앞으로의 정치지형에서 고정된 지지율 30%(지금은 분산되어 있는 듯이 보이나, 선거 때가 되면 될 정당 밀어주기로 헤쳐모일 것임)가 갖게 되는 힘의 엄중함에 있다. 잘하면 여당이 되고, 못해도 제1야당이라는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아무리 선전을 한다 한들, 40%대 중반의 지지 또는 의석수 점유는 결코 쉽지 않다. 대략 40%대 초반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정말 선전했을 때가 그렇다는 얘기다. 앞으로 있을 선거구제의 개편과 득표율에 의한 의석배분식(, 독일식 정당명부제 또는 비례대표의 확충 등) 선거형태로 갈 경우를 예상해 보면, 한국당의 30%와 민주당의 40%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러니까, 한국당은 아무리 죽을 쒀도 30%의 지지층을 유지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잘했을 때가 40%대 초반, 만약에 지금의 한국당처럼 오합지졸식 따라지 정당이 되어버리면 현재의 반토막도 보장 못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사례를 생각해 보라.

 

선거구제 및 선출방식의 변화에 의해 견인될 군소 진보정당들의 약진 또한 불을 보듯 뻔한 미래다. 이는 분명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중 일부를 흡수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한국당은 꽃밭 위를 노닐고 있는 한 마리 나비로 보인다. 아니, 본인들은 아마도 그런 착시현상에 의한 혼수상태 속에 빠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 적폐청산의 중요성이 있다. 적폐들을 일소하고, 민주세력이 향후 20년 이상 장기집권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적폐청산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는 하겠으나, 이는 어찌보면 지엽단말적ᆞ정치공학적 계산일 뿐이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좀 더 큰 시각으로 보자면, 양당체제가 되었든 다당제가 되었든, 문제는 사람이다. , 정치는 정치할 자격(소신과 책임감)이 되는 사람들이 하는 풍토와 토대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한 과제라는 얘기다.

 

그럼, 어떠한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하는가? 적어도, 탄핵 당한 자의 이름으로, 그와 한 정당에서, 그를 팔아 정치를 했던 부류들이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