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8. 4. 15. 13:54

마셜제도 비키니 환초. 흔히 비키니섬으로 불리는 그곳에서 미국 최초의 공개 핵실험이 1946년 7월 실시되었습니다. 이후 12년간 공식적으로 실시된 핵실험만 무려 23차례, 인류 최초의 수소폭탄 실험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어제 새벽 미·영·프 연합군대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장을 공습했습니다. 이에 러시아와 이란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러시아는 반격을 위한 준비가 끝났다며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영·프 군대는 일회성 공격이었으며 추가 공격은 없다고 한 발 물러서고 있습니다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음은 돌아가는 추세가 영 심상치 않은 때문입니다.


워낙 말도 많았던, 게다가 공격위협 또한 난무했던지라 언제 공습을 감행하든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마치 예고된 듯한 무력행사였기에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듯합니다.


저 역시 궁금한 것은 공습을 주도한 쪽(미국)과 공습을 받은 다른 한 쪽(러시아)의 의중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특히 북핵문제와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입니다.


사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시리아에 화학무기가 있는가 없는가, 혹은 정말 시리아 정부가 반군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는지 인했는지의 여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닌 듯싶습니다.


왜냐하면, 공습의 주축인 미국과 공습을 받은측의 주축인 러시아가 갖고 있는 생각은 그것이 아닐 것이라 믿기에 그렇습니다.


이번 공습의 핵심은 ‘모순(矛盾)’이라는 단어가 잘 설명해 준다고 봅니다. 모순이란 말의 어원은 창과 방패에서 유래합니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무기 상인의 상술에서 유래했다고 하지요. 무엇이라도 뚫을 수 있는 창(矛)과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패(盾). 


미국이 주축이 된 금번 시리아 공습도 같은 관점에 서 있다고 봅니다. 시리아에 배치된, 러시아가 자랑하는 방공망과 이를 실험해보고 싶은 미국의 한 판 결전의 장이라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시리아는 현대판 비키니섬에 다름 아닌 셈입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 역시 자신들의 창과 방패를 실험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간절한 상태일 겁니다. 하지만 이걸 실전에서 직접 겨뤄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찾아낸 게 시리아란 말씀입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합니다만, 러시아 방공망을 미국의 미사일이 뚫지 못하기를 미국측은 간절히 바랐을지 모를 일입니다. 지지부진한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BMD)체계를 일정부분 러시아 방공망을 통해 확인하는 셈이 되기에 그렇습니다.


작년 11월 29일 북한은 화성15호를 성공리에 발사합니다. 화성15호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입니다. 이때 미국은 강력하게 반발했는데요. 이 역시 화성15에 얹힐 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미국은 MD체계에 많은 돈과 노력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러시아와 중국 등은 역으로 이런 탄도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신무기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말입니다. 미사일의 속도는 물론 궤도 자체를 기존과 다르게 함으로써 MD체계의 방공망을 벗어나게 만드는 신기술 개발이 그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신기술 이야기들은 일단 저의 관심권 밖이고, 제가 당장 여기서 드는 또 하나의 의문은 만약 이번 공습에서 - 혹은, 앞으로 몇 번 더 있을지도 모르는 추가 실험(?)을 통해서 - 러시아의 방공망이 성공적 - 미·영·프의 미사일이 공중에서 거의 대부분 파괴됨 - 이었다 판단할 경우, 이미 북한이 확보한 화성15호를 보는 미국의 기존 시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이번 공습의 '바라던' 실패를 통해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정도는 일정한 MD체계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 방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하게 된다면, 이게 현재 진행 중인 북미 양국간 대화무드에 여하한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일순간, 대화무드가 긴장관계로 바뀌면서 다시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으로 북미관계가 빠져들 수도 있을 것이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지, 저의 기우에 불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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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