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8. 4. 28. 11:17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환호성과 박수로 시작되었던,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평화와 번영이라고 하는 먼 길을 나서는 한 걸음을 이제 막 뗀 것에 불과하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나온 75년여에 걸친 눈물겨운 과정들을 보노라면 이는 우연이 아닌 필연임을 알 수 있다. 분위기의 성숙도라고나 할까? 남북만이 아니라 외적 당사자격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는 판문점선언에서 밝힌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잘 말해준다. 일각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뭔가 부족하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하나, 절대 그렇지 않다.


비핵화를 ‘당장’의 핵폐기로 보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일이다. 비핵화의 본질은 소위 미국이 말하는 불량국가(=비핵보유국)가 보유하고 있는 핵에 내재되어 있는 ‘위협’적 요소의 제거요, ‘평화’를 담보하는 전제조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비핵화에 대한 남북 정상간의 확고한 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남북 정상간 분명하며 명확한 의지가 판문점선언에는 뚜렷하게 명시되어 있다.


또한 단지 선언으로만 그치겠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충분한 논의를 해 나가자는 게 남북정상의 의지이다. 물론 이는 이후 진행될 북미간 정상회담의 의제 중 제1의제이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한 남쪽·북쪽·미국의 뜻과 의지는 이미 충분히 논의 되었을 것이기에 그다지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렇다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앞으로 진행될 프로세스의 첫 단계는, 물론 향후 논의를 통해 진행될 문제이기는 하겠으나, 우선은 실사단을 파견하는 문제라 보인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한 채 베일에 가려있는, 북쪽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양과 성능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또한 단기간에 확인 가능한 문제는 아닐 것이기에 구체적인 비핵화를 향한 과정들은, 남과 북의 평화 정착 과정, 미국의 안전보장 노력들과 함께 병행해서 추진하게 될 중장기적 과제로 될 것이다. 즉, 시간을 갖고 진행해 나가야 하는 일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 지금 단계에서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전쟁 없는 한반도’ 즉, 평화에 방점을 찍자는 말이다.


그 얘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5월말이나 6월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의 장소 문제로 화제를 옮겨보자. 여러 가지 설들이 있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장소인 판문점이 최적의 장소 아닌가 싶다.


북미 양 정상의 이동이나 경호 문제, 분단의 역사적 상징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판문점만큼 훌륭한 장소가 어디 있겠는가? 김정은 위원장이야 말할 것도 없고, 먼 길을 와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도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반도 남쪽이 경호나 숙박문제, 나아가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라 할 평화와 냉전종식을 적극 알리는데도 더없이 훌륭한 장소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남쪽의 평화의 집에서 했으니, 북미정상회담은 북쪽의 ‘통일각’이 좋겠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미 많은 부분들을 합의한 상태이기에 북미 정상간 만남에서는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여, 2~3시간의 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 주최 만찬을 통일각에서 진행하며 남·북·미 정상이 자리를 같이 하는 연대와 신뢰의 기회도 마련해 봤으면 싶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나는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 통일각을 염두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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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