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감 상2018. 5. 23. 22:41

우리 젊은 시절에는 홍콩영화가 대세였다. 성룡과 홍금보를 필두로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양조위, 임청하, 장만옥, 왕조현 등의 홍콩 배우들에 흠뻑 취해 10~20대 청춘을 보냈다. 홍콩느와르 영화로 불리기도 했다.


어떤 친구들은 주윤발 특유의 씹어 피우는 흡연 장면을 따라하다가 젖은 담배가 입술에 달라붙어 그걸 떼느라 피를 본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으며, 영화 잡지 「스크린」의 부록으로 매달 따라오는 홍콩 여배우들의 브로마이드는 청춘의 심장을 떨리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우삼 감독, 주윤발·이수현 주연의 <첩혈쌍웅>은 내 인생 최고의 홍콩느와르 영화였고 말이다.


한때는 나도, 소위 말하는 액션영화 한 편 정도는 찍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같은 것을 가슴에 품고 살던 시절도 있었다. 자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홀연히 <쉬리>가 나타나 뒤통수를 때리는 강한 충격을 주더니, 이후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을 보며 나는 그 간절한 소망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자신감의 상실이다. 그래, 보는 것으로나 만족하며 살자. 아, 이 소심함이여.~^


어쨌든 지금도 액션 영화는 빼 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그동안 볼만한 화끈한 영화가 없어 갈증에 목이 타들어가고 있던 차에 <독전>의 개봉 소식을 듣곤 달려갔다.


요즘 나오는 영화들은 무엇 하나 탓할 수 없을 정도로, 연기면 연기, 시나리오면 시나리오, 연출, 촬영, 음향, 의상, 세트 등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한 수준에 이른 것 같다. 할리우드 영화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며 대우하던 것에 비하면 정말로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독전>도 그렇다. 재미있는 영화다. 완성도도 높다. 단, 개인적으로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 어떤 작품들은 드라마가 현실이 아닌 가상의 무대임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영화들도 있기에 - 이런 류의 영화들은 몰입감이 중요하다. 감정이입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게 중간 중간 끊기게 되면, 그때부터는 맥이 탁 풀리면서 자꾸 손목 위 시계 쪽으로 눈이 간다. 심해지면 영화관 의자가 가시방석 같이 느껴질 때도 가끔은 있다.


스토리텔링은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또는 작품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이다. 좋은 스토리텔링이 되기 위한 조건 중에 논리성이란 게 있다. 구조의 논리성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듯싶다.


그러니까, 우연이 자꾸 겹친다든가, 작위적으로 억지로 꿰어 맞춘다든가, 상황설정에 무리가 있다든가 하는 것들이 이야기 구조의 논리성을 해치는 요소들이다.


<독전>. 내가 본 영화 <독전>의 아쉬운 점이다. 좀만 더 치밀하게 갈고 닦고 계산된, 마치 기계의 톱니바퀴와도 같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스토리텔링 구조였더라면, 아마 난 오늘 마약시장의 한 가운데에서 나쁜 녀석들과(영화에서는 악마라고 표현하데) 질펀하게 퍼질러져 한바탕 즐기고 왔을 텐데 말이다.


술 한 병을 마시다가 만 느낌이라고나 할까? 한 서너 병 정도는 마셔줘야 하는데.... ㅎ


뭐, 볼만하다.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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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