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8. 5. 30. 13:00

지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어렵고 엄중한 전환기이다. 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이 공은 그냥 축구공이 아니라 미식축구공이기에 더욱 예측하기가 어렵다.


한반도 입장에서 남북을 포함해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여타 다른 국가들도 있으나 특히 이 네 개 국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점쟁이로서의 예언을 기대하곤 하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점쟁이가 아니라 학자이다. 학자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난다라고 하는 결론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전후 인과관계를 살핀 후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가정을 상정해서 말한다.


우선, 북한의 입장을 보자. 북한은 핵 포기로 갈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에 욕심을 냈던 것은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면 굳이 핵무기에만 몰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일부 인사들은 북한이 이란의 도움으로 핵무기를 완성한 것이라고 하나, 그렇지 않다. 북한의 핵 과학은 북한이 쏘련 기술자들과 함께 만든 자주적 성과이다.


내가 북한을 50번 넘게 다녀왔다고 언론에서 말하던데, 나도 정확히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얼추 그런 것 같다. 내가 북한을 십여 번 다녀왔을 때만 해도, “아, 여기도 사람이 사는 땅이구나” 했다.


그런데 30여번 다녀오니, 그때는 남과 북의 다른 점이 보이더라.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집체주의), 글로벌리즘과 민족주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점을 보았다.


이제 50번 넘게 다니다 보니,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이 보인다. 하나는 "같은 민족이 사는구나"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과 ‘양심’에 대한 공통적인 가치 평가 같은 것이다. 다른 나라, 다른 민족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가치들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오랜 기간 안보의 노예지대였다. 냉전과 무기축적 등이 대표적이다. 안보는 평화를 죽인다. 전쟁이 없는 상태가 평화인 것이 아니다. 평화는 상생/의지/평등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안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국가형성 과정을 보면 크게 세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 체제의 정통성 확립 단계다. 김일성 수령체제로 주체사상이라고 하는 이념에 의해 형성된 시기다.


두 번째, 국가의 안전 단계다. 김정일 체제로 선군사상이 되겠다. 이때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너무 일찍 타계하는 바람에 이게 아들인 김정은 위원장 때가 되어서야 완성된 것이다.


세 번째, 경제성장 단계다. 김정은 위원장 체제이다.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 행사에 참석한 바 있는데, 그때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연설을 하더라. “우리는 경제가 어렵다.” 이전에는 자신들을 지상낙원이라고 하지 않았나? 김정은 위원장의 그 솔직한 말을 듣고는 “아, 뭔가 되겠다” 싶었다.


내가 이 대목에서 중국 등소평 얘기를 했더니, 어느 언론에선가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의 등소평이 되려고 한다’라고 썼던데 그 배경은 이렇다.


1979년 등소평이 미국 애틀랜타를 방문해서 지미카터 대통령과 만났다. 그때 나도 운이 좋아 그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는데 인사말에서 등소평이 이렇게 말하더라. “등소평이다. 중국에서 왔다. 우리는 가난한 나라다. 미국으로부터 배우러 왔다”


자그마하고 왜소한 체구의 등소평에게서 기대 이상의 솔직한 말을 듣고 그때도 깜짝 놀랐다. 비슷한 경험을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받았던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다.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을 파괴해 버리지 않았나. 그런데 핵무기를 포기한다고 해서 핵보유 능력까지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핵무기를 폐기한다 해도 불과 3개월이면 다시 만들 수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를 위해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타협할 것이다. 체제보장? 그런 것을 북한은 믿지 않는다.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북의 통치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 ‘김일성 수령’이라는 사실이다. 북한은 김일성 종교국가이다. 종교수준이다. 김일성의 유훈·훈시는 성경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유교적 ‘신정국가’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다음은 미국의 입장을 보자. 미국 트럼프는... 내가 이런 비판을 하면 언론에도 나고 할 텐데... 그냥 비판하겠다. 트럼프는 돈만 아는 장사꾼이다. 안보팔이로 돈만 벌려고 한다. 한국정부의 무기수입 액수를 생각해 봐라. 북한이 존재해야 한국에도 무기를 팔아먹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군산복합체가 있는 곳에는 항상 부정/부패/타락이 있다.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아니라 세금에 의존하는 군산복합체이기에 특히 그렇다.


트럼프는 미국의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인디언 학살, 아프리카에서의 노예사냥 등이 미국의 원죄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런 원죄에 입각한 시각을 바꾸지 않고, 그 시각대로 한국과 북한을 본다. 즉, 백인이 아닌 자들을 저들은 열등한 존재로 본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나름의 주체의식이 필요하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는 내가 볼 때 가장 민주주의적인 정권이다. 촛불을 기폭제로 직접민주주의에 의해 탄생한 정권이다.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자랑스럽게 세계만방에 고해야 한다. 미국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국민 모두가 유권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앞서도 얘기 했듯이, 백인이 아닌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대우에 대해서 고민해라. 지금도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체의식이 필요하다.


중국은 중국대로의 체제를 갖고 있다. 중국이 표방하는 정치체제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니다. 시진핑은 유교식 사회주의를 말한다. 물론, 북한도 그렇다. 우리식(주체식) 사회주의가 북한이 추구하는 사회다.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중국식이나 베트남식으로는 안 된다. 북한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원한다. 남한처럼 잘 살게 해주겠다는 미국의 말을 북한은 원하지 않는다. 그들 식으로 하되,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사는 것을 원한다. 조선노동당이 지배하는 체제 아니면 북한은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도 우리식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촛불이 그 한 중요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민족은 정과 한이 있는 민족이다. 정이 깨지면 한이 되는 법이다. 우리식의 통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6.15와 10.4 성명에서 명시한 대로의 진행이어야 한다고 본다. 이념과 체제가 다르더라도 서로를 인정을 하고, 연방 혹은 연합체제로 가야 한다. 평양정권과 서울정권이 존재하고 여기에 중재정권으로 개성정권을 둘 수 있다.


평화적이며 변증법적 통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민족의 공통점을 찾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 만방에 보여줘야 한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2018년 5월 29일,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강연 요약>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