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7. 10. 23. 11:19

어제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가 아베신조(安倍晋三)의 압승으로 끝났다.

짧게 감상평을 적자면 두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첫째, 북한위협론의 대단한 위력,

둘째,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의회정치의 몰락.

 

간단하게 풀어서 이야기 하면 이렇다.

 

우선, 매스미디어와 학교교육 등을 통한 전방위적 이데올로기의 주입은 민중의 뇌를 충분히(?) 병들게 만들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가 일본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중은 개·돼지라 횡설수설 했던 우리의 어떤 고위공직자의 실토가 틀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하나, 방송과 언론을 통한 북한때리기-큰 틀에서 보자면, 주변국과의 갈등 조장을 통한 보통국가화 전략의 일환-의 역사는 최소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전에는 구쏘련과 중국이 일본위협설의 대상국이자 적대국이었다. 이것이 90년대 후반을 거치며-더 정확하게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대포동) 능력이 외부세계로 표면화되면서-북한위협론으로 일본사회에 선전되기 시작했으며, 그 위력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지금도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왜곡교과서-대표적인 게 후소샤(扶桑社)판 교과서다-의 폐해다. 지금은 우리의 기억에 희미한 잔영으로만 남아있지만 한때는 우리의 공분을 샀던 일대 사건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의식을 오염(?)시키면 그 효과는 불과 10-그것도 가장 긴 경우가-이면 가시적으로 나타난다. 10대 후반이 되면 선거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국이라는 왜곡된 교육을 받고 자라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그릇된 착시현상의 하나가, 보수여당 자민당을 진보정당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http://www.kangdongwan.com/307 및 사진 참조). 박근혜정부의 국정교과서 논란의 근원이 어디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다음은 일본 의회정치의 몰락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의회정치의 몰락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을 것이나, 크게 본다면 앞서의 북한위협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민의식의 오염화에 따른 판단 장애 문제와 신자유주의 이후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 현상의 심화를 들 수 있다. 지엽단말적으로는 일본사회의 독특한 특징인 장인정신에 입각한 대를 이은 정치가 집안의 탄생 등도 빼 놓을 수는 없겠다.


하지만, 심화된 사회적 양극화에 의한 분업의 계층화와 그로 인한 폐해는 무엇보다도 크다. 신분변동에 상당한 어려움을 준다. 이를 의회정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의회정치 폐쇄화로의 귀결이며, 이는 의회 진입장벽의 공고화를 의미한다. 즉, 의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린다는 말이다.


이러니 여당과 야당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중의원 선거도 그랬다. 아베신조의 자민당이나 이에 대적하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의 희망의 당이나 '개헌을 통한 보통국가화'라는 중차대한 문제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중의원으로 당선된 총 의원의 약 80%가 이에 동조한다 하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다.


초록이 빨강을 이해주리라는 기대는, 삼성이 국민을 걱정해주리라는 기대만큼이나 난망하다.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