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2. 2. 24. 11:07

요 며칠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바가지 상술에 관한 기사들이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관광객 관련 바가지 사례들이 일본 포털에 오르면서 확대 재생산 · 악용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무리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정말 너무들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쉽게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얼마나 많이들 쌓아놓고 살려고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정도껏 하셨으면 하는 바람 또한 가져봅니다.

 

그리고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와 관련한 기사에 댓글을 다는 분들 중 일부 사람들입니다. 댓글 하나를 달더라도 다시 한 번쯤 깊게 생각들 좀 해 보시고 자신의 의견을 적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에 고소해 하는 분들도 많고, 씌우는 김에 아주 팍팍 씌워버리라고 부추기는 분들도 꽤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들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나마 한국 여행이라도 오시는 일본분들, 한류다 뭐다 하며 내돈 써가며 쫓아다니시는 분들은 그래도 한국에 굉장히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입니다. 정말 꼴통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한국쪽에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경험상 그리 틀린 말씀이 아니니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그나마 한국에 우호적인 심정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까지 크게 실망감을 줘서 우리가 얻게 되는 게 과연 무엇일까요?

 

아니, 이것 저것 다 떠나서 저들이 우리에게 한 과거의 일을 핑계 삼아 우리 역시 똑 같이 비인간적인 행위로 앙갚음을 해 되돌려 준다고 해서 과거사가 봄 눈 녹듯이 사라져 주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봤으면 합니다.

 

또한 설혹 그렇게 해서 싸그리 사라진다 한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한 때의 객기로 한 철없는 행동은 두고두고 쪽팔림으로 남는다는 사실, 이 만큼 살아보니 알겠습디다.

 

일본이라는 사회.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과 소수의 개 같은 꼴통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입니다. 단, 소수의 개 같은 꼴통들이 국가 경영에 관한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어 그 사회를 그릇된 방향으로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저 모양 저 꼴인 것이지요.

 

우리가 길거리 이곳 저곳에서 만나게 되는 일본인들. 대부분이 착하고, 친절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에 묵묵히 최선을 다 하는 그런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그릇된 시선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일본에서 생활할 때, 제가 알바를 하던 곳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어느날부턴가 못 보던 야쿠자 차림의 젊은이들 3명이 우리 가게를 자주 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야쿠자들은 쓰는 말투며 차림새부터가 일반인들과 좀 다릅니다.

 

우리나라 건달들은 검은색 양복에 깎두기 머리를 하지만, 일본 야쿠자들은 특유의 큰 문양 같은 게 있는 캐쥬얼 스타일을 즐겨 입습니다. 그래서 금방 알아볼 수가 있지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야쿠자 관련 잡지까지 있어 조직원 소개는 물론 단체사진조차 실을 정도니 야쿠자가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을 성 싶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날, 우리동네 야쿠자들이 가게 앞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겁니다. 제가 카운터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시간이었는데 말입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행세하려는 3명의 젊은 야쿠자를 잡으러 온 것이었지요.

 

가게 입구에 십 여명 정도가 지키고 서 있고, 한 명이 대표로 가게에 들어와 그 젊은 야쿠자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게 안에서 크게 소란을 피울 법도 한데 전혀 그러지를 않더군요. 처음에는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목소리가 조금 커지려는 순간, 순식간에 몇 명이 더 들어와 후다닥하며 몸 싸움을 하더니 3명의 젊은 야쿠자들을 끌고 나갔습니다.

 

5분 정도나 되었을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게 안은 정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상황이 종료가 되자, 나이 지긋한 야쿠자 한 명이 가게로 들어오더니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는 영업하는 가게에서 말썽을 피워 정말 죄송하다며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돌아가더군요. 신선한 충격 이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다 똑 같은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훌륭한 문화도 있고, 그렇지 못한 문화도 있고, 그렇게 서로 얽히고 설켜서 돌아가는 게 사회인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단편적인 것 하나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고정된 나의 시선만을 고집하지 말고, 사람 사는 사회에 대한 보편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있지않나 싶은 안타까움에 몇자 적어 봤습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