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1. 7. 7. 11:11

2전 3기의 도전 끝에 마침내 평창이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고생하신 많은 분들과 강원도민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기 그지 없다는 말씀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바 또한 없지는 않습니다. 경기장 주변에 들어설 막대한 시설과 인프라 구축이 자칫 올림픽을 위한 일회용짜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일 큽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잘못 쓰이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기후의 특성상 실외에서 하는 동계 스포츠가 활성화되기 힘든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들어 가장 대중적인 겨울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는 스키나 보드 역시 제대로 즐길만한 시설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용평과 정선 하이원이 그나마 스키장의 대명사라 할 수 있습니다만, 제가 다녀본 바에 의하면 이건 눈 위를 달리는 스키가 아니라 얼음 알갱이(인공雪) 위를 달리는, 즉 설원이 아닌 빙원에서 즐기는 스키에 만족해야만 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다 폭설이라도 내려주면 때 맞추어 갈 수 있는 분들은 행운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역시 얼음 알갱이 위를 달리든가 아니면 눈이 녹아 약간은 빙판이 된 위를 달리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게다가 기온은 또 얼마나 매섭게 내려가고 바람은 어찌나 거세게 불어대는지 극기 훈련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까지 해 봤습니다.

 

그나마 줄 서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리프트라도 탈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만, 주말만 되면 한 5분 타고 내려오려고 10~20분 정도를 줄 서서 기다려야만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 일겁니다.

 

그래서 가끔은 사람이 적은 야간 시간대를 이용하곤 했는데, 스키 시즌이 추위가 가장 매서운 1·2월 한철이다 보니 야간 시간대 체감기온이 무려 영하 15도~20도를 왔다 갔다 합니다. 이 정도 기온쯤 되면 아무리 겹겹이 껴 입어도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감당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스키타러 가서는 이런 생각까지 해 봤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이 추운 영하의 날씨에 리프트에 실려서 정상까지 올라가지 그렇지 않고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탈출을 했어도 몇 번을 했을 거다 라고 말입니다.

 

정말 이용하기에 적절한 제대로 된 스키장이라면 겨울철 내내 눈이 내려주어야 하고, 기온 역시 영하에서 그리 많이 내려가지 않는 곳이라야 이상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실외에서 즐기는 동계 스포츠 시설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 스키장들이 스키나 보드를 즐기기에는 제격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평균 몇 미터 단위로 쌓여 있는 눈 위를, 우리처럼 겹겹이 껴입는 것이 아닌 간편한 스키복 하나만 입은 채로 소위 말하는 파우더 설질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일본 스키장의 설질에 매료된 후로는 우리 스키장들이 성에 안차 몇 년 겨울 스키 타는 일을 쉬고 있습니다. 베란다 한 켠에 세워 놓은 스키에 녹이나 슬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동계올림픽 유치는 좋은데 일회용 행사를 목적으로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미래를 보고 계획하고 투자해 달라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지어놓고 제대로 써 먹지 못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스포츠용 시설들이 세계 도처에 산재해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