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4. 11. 25. 15:43

 

"자신감 잃은 日本人, 한국이 중국으로 쏠리자 嫌韓(혐한) 감정 거세져"

 

오늘 포털에 올라온 중요한 기사들의 제목 중 하나인데요. 설마요? 그럴 리가요?

 

한국이 중국으로 쏠렸다는 확정적인 말도 선뜻 수긍하기 어렵지만, 더 나아가 그것 때문에 일본에서 혐한류 쓰레기가 넘쳐 난다는 분석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근본을 상실하면, 예를 들어 남의 나라 장정들을 강제로 끌어다가 전쟁터라는 사지로 내몰았으며, 여염집 귀한 규수들을 데려다가 군대의 위안부로 학대하고도 모자라 이제껏 오리발로 일관하고 있으니, 이는 인간의 탈을 쓰고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쓰레기란 다소 심한(?) 표현을 쓴 겁니다.

 

하긴, 그런 쓰레기짓거리에 동조했던 동족의 이름을 가진 인간들도 있었군요. 그 자들이야 뭐 쓰레기보다도 못한... ?

 

각설하고, 지금 일본사회에서 혐한류가 판치고 있는 이유는 몰역사적인 저열한 시류 편승화 경향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고로 일본은 주변국과의 갈등을 통해 발전해 온 나라입니다. 적어도, 1945년 패전 이후에는 그렇습니다.

 

일본은 패전과 함께 찾아온 폐허에 망연자실했습니다. 국토의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정신의 황폐화 현상을 어떻게든 극복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옛 일본제국주의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평화헌법으로 대표되는 일본헌법 제9조가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크게 봐서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제가 번역 출판했던 교양서 '일본은 왜 평화헌법을 폐기하려 하는가' 중에서 일부분을 발췌해 소개하겠습니다.

 

일본 헌법 제92『①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국권의 발동 내지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및 무력의 행사는 영구히 포기한다. ②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기타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③국가의 교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 군대를 가질 수 없음은 물론 외국 군대가 침략해 오더라도 교전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걸 보면 의아함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외국 군대가 침략해 오는데도 싸울 수가 없다면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평화주의자와 양심적 지식인들은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 지구상에 일본을 침략해 올 나라는 없다. 그러므로 군대 따위는 필요 없다"라고 말입니다. 절대 공감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본 헌법을 만들어 놓은 것이 미국 연합국 사령부(GHQ)의 맥아더 사령관이었다고 많이들 알고 계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일본 수상이던 시데하라 기쥬로(幣原喜重郞)씨가 본인의 의지로 관철시켰다는 기록들이 상당수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걸 미국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바로 일본의 보수우익들로 헌법 개정론자들 입니다. 자국의 의지를 담아 자주헌법을 만들겠다는 게 저들의 강변이지만,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들려는 흑심이 숨겨져 있는 궤변에 다름 아닙니다.

 

, 그런데 이미 전쟁을 겪어본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군국주의가 마냥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물론, 보수우익에 향수를 느끼고 있는 부류들이야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전쟁이 끝나자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훨씬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보수우익세력들(이 자들이 여전히 군국주의 핵심세력들이며 지금도 일본의 정·재계를 주무르고 있는 거대세력 입니다)의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생각은 옛 일본제국주의의 영광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들이 획책했던 게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 중인 - 국외적으로는 주변국과의 갈등을 통한 국론통일(보수우익화) 정책이었으며, 일본 국내적으로는 과거사 미화 작업이었던 겁니다.

 

후쇼사(扶桑社)를 통한 역사교과서 왜곡 편찬 등이 그 한 예가 됩니다. 저들이 위안부 문제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겁니다.

 

배상문제나 국제적 비난 등이 두려운 게 아니라 자국의 국민들이 진실을 아는 게 두려운 겁니다. ‘진실앞에 저들이 이제껏 해온 왜곡작업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릴 테니 말입니다.

 

우리와의 독도 분쟁, 러시아와의 쿠릴열도 분쟁, 중국과의 댜오 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토분쟁 등이 일본과 관련된 대표적인 국제적 갈등들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후 직후에는 소련을 적으로, 그 다음에는 중국을 적으로, 다음은 북한을 적으로, 이제는 한국을 적으로 삼아 무수한 위기 조장을 감행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애국심으로 똘똘 뭉칠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여기에 더해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든가, 과거사를 미화하며 세뇌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자학의 역사를 긍정의 역사로 바꾼다는 미명 하에 말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의 연속선 상에서 1990년대부터 광풍처럼 몰아쳤던 일본 언론들(방송·신문)과 우익인사들에 의한 일방적인 북한때리기, 여기에 더해 교육체제 개편과 교과서 왜곡 작업을 통해 엄청난 우익적 이념이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전파된 영향이 지금 혐한류의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저는 그리 판단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식으로 더구나 지식인이라는 양반이 - 일본 자국의 문제를 자국 내부에서 풀려고 하지 않고 자꾸 외부 탓으로 돌리려고만 해서는 문제의 본질에 절대 접근할 수 없음은 물론, 국제사회의 성숙한 일원으로서의 일본은 요원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변국 탓, 남 탓하기 전에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성찰함이 우선일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셔야 할 듯.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