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8. 5. 15. 23:33

일본이 참으로 안쓰럽다. 어쩌다가 저런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한 편 생각해보면 인과응보이기도 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충수에 빠져들어 허우적대는 꼴이라니.


마케팅 전략 중에 포지셔닝 전략이라는 게 있다. 국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일본은 철저하게 ‘주변국과의 갈등관계‘라는 위치에 자국을 두려는 자세를 취했다. 이를 일본 국내, 즉 대내적으로 바꾸어 표현하면 ‘애국주의’로 대체된다.


패전국 일본은 국가로서 치명적 약점이 있다.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이 점을 명확하게 헌법 전문에 명기하고 있으니, 이를 들어 일본헌법을 ‘평화헌법’이라 한다. 군대 보유는 물론, 교전이나, 무력행사 역시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평화헌법의 주체를 승전국인 미국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도 있으나(헌법을 개정하려는 일본 보수세력의 논리로, 그래서 자주적 헌법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역설함), 역사적 사료에 따르면 당시 일본 총리였던 시데하라 기쥬로(幣原喜重郎)가 주도적으로 만든 자주적 헌법이라는 게 정설이다.


평화헌법과 관련해 두 가지 논리가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데, 하나는 보수적 관점에서 헌법개정을 통한 ‘보통국가’ 일본에 대한 염원이 있다. 여기서 보통국가란 군대를 보유한 정상국가를 뜻한다. 정치권과 재계의 다수가 이런 입장이다. 다른 하나 진보적 관점에서 본 ‘평화론’이 있다. 세계 어디에도 무력으로 일본을 침략할 국가는 존재하지 않으니 군대를 보유할 필요가 없으며, 연장선상에서 평화헌법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평화론이 다소 우세하다. 주변국과의 영토문제다, 역사교과서 왜곡이다, 혐한론이다 해서 일본사회가 몹시 몹쓸 사람들의 집단인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래도 고약한 사람들보다는 괜찮은 사람들이 훨씬 많은 사회다.


지금 보여지고 있는 일본사회의 모습, 지금까지 보여왔던 일본사회의 실상이 바로 전전의 군사대국 일본을 희구하는 수구세력들의 발버둥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전후 일본 수구보수세력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전전의 군사대국 일본으로 가야했다. 그런데 1946년 11월에 공포된 일본헌법이 그 길을 떡하니 막아놓고 있으니 헌법개정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거다. 하지만 헌법개정이라고 하는 것이 국민투표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서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그래도 일본사회는 괜찮은 사고를 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60% 이상은 되는 꽤나 건전한 사회다. 그러니 이걸 그냥 확 엎어버릴 방법이 없는 거다.


그래서 전후로부터 쭉 이어지고 있는 일본 수구보수세력의 타개 전략이 ‘애국심 조장’ 수법이다. 그 대표적인 동인이 되는 게 바로 주변국과의 갈등관계다. 이를 통해 자국 국민들에게 위기의식을 퍼트리고 이를 핑계로 애국심을 고양시켜 자신들의 뜻을 이루는 방법 말이다.


주변국과의 갈등관계라는 측면에서 볼 때, 크게 서너 개 정도를 거론할 수 있다. 영토문제와 안보문제, 과거사 문제, 교육문제 등이 그것이다. 영토문제로는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독도 침탈 야욕, 중국과는 센카쿠열도 문제, 러시아와는 쿠릴열도 문제가 있다.


안보문제로는 역시 대표적인 게 북한위협론이다. 전후 첫 번째 안보위협 국가는 당연히 소련이었다. 이게 중국으로 옮겨갔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으로 바뀌어 지금껏 ‘북한 때리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변화하는 한반도 평화분위기 속에서 일본이 철저히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쪽으로부터의 따돌림이 눈물겹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쟁의 희생 국가 코스프래’가 대표적이다. 자신들에게 미국에 의한 원자폭탄 투하 희생 국가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전략이 그것이다. 교활한 전쟁 면피용 정책이다.


교육문제로는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되겠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자신들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자학의 역사를 긍정의 역사로 바꾸겠다며 그릇된 역사의식을 학생들에게 주입 교육하니, 이렇게 왜곡된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 정치적으로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는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불과 5~6년 뒤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성인이 되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참으로 섬뜩한 교육정책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상이 바로 전후 70여 년 간, 일본 보수정치세력이 추구했던 핵심 의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껏 일본사회는 거짓과 조작이라는 유령이 배회하는 음침한 사회였던 거다. 그 한 중심에 아베 총리와 그의 조상(외할아버지는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이며, 자민당 총재 후보이자 외상이었던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가 아버지이다)으로 대표되는 극우보수 정치세력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과녁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곳을 겨냥한 화살이었으나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곤혹스러움과 가련함, 노회한 아베 총리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그 궁한 기색을 어디 나만 보았겠는가!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