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감 상2010. 6. 19. 01:27

영화가 영화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갖고 있는 꿈을 대리 만족 시켜주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편의 영화를 통해 가슴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겠지요. 왜, 가끔 그런 경험 있지 않나요? 실컷 울고 났을 때 느끼는 가슴 후련한 그런 감정 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 한 편의 영화 속에는 대리만족을 통한 카타르시스도 있을 것이고,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직시를 통한 카타르시스도 있을 겁니다. 대리만족형 카타르시스가 사실주의적 영화들이라면, 현실 직시형 카타르시스의 범주에는 서사극적 경향의 작품들이 되겠지요.


전자는 영화 속에 완전히 몰입됨으로 인한 일루젼을 통해, 후자는 영화는 사실(현실)이 아니라 영화라는 끊임없는 일깨움을 통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자각토록 하는 것입니다.


개봉한지 한참이나 지난 영화 신기전을 지각 관람했습니다. 오랜 시간 상영을 한 탓인지 객석은 빈자리가 더 많아 영화 보는 재미를 좀 반감시키기도 하더군요. 아무래도 함께 보는 분들이 많아야 영화 속에 빠져 드는 재미가 쏠쏠한 법이잖아요?


요즘 가끔 우리 영화를 보러 다니면서 받는 가장 큰 느낌은 '이제 우리 영화도 흥행의 요소가 뭔지를 아는구나'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헐리우드 영화들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그들이 갖고 있는 자국 중심적(민족주의적?) 사고였거든요.


중요한 순간이면 어김없이 휘날리는 성조기. 그럴듯한 대의명분하에 기꺼이 목숨을 내 놓는 멋진 사나이들. 미국 국민들은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세계 경찰로서의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과 관대함을 보이게 되고 이는 곧 정치적 성향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게 옳다 그르다는 차치하고 요즘 우리 한국 영화들을 보노라면 이러한 헐리우드식 흥행 공식에 그럴듯하게 들어맞는 영화들이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하나 같이 사랑, 민족, 의리라는 삼각 트리오로 잘 엮여져 있음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흥행에서도 일정 정도는 성과를 보이곤 하지요.


신기전. 어딘가 짜 맞추기에 급급한 듯 보이는 몇 몇 장면들, 정제되지 않은 듯 다소 거칠어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마지막 전투씬 등이 이 영화의 옥에 티라면 티랄 수도 있겠습니다만, 스펙터클한 영상과 민족주의적 메시지로 보는 이들에게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픽션이다. 맞습니다. 영화는 픽션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사실에서 진실을 끄집어내려는 무리한 노력은 딴지성 발목잡기에 다름 아닙니다. 이 정도 조차도 귀여운 애교로 봐줄 수 없다면 이 험난한 세상 어떻게 살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은 왕이요 그대들(백성)은 황제니라"던 영화 속 세종의 말씀과 오천년 우리의 역사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요? 화포조차 마음대로 만들 수 없었던 영화 속 그때와 무기 개발은 고사하고 내 나라 군대의 작전지휘권조차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는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닮아있으며 또 얼마나 다를까요?


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 현실을 자각하고 제대로 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관객인 우리들의 몫이 아닐는지요?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