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감 상2010. 6. 19. 01:46

뭔가를 해 보고 싶다 · 보고 싶다 · 만나고 싶다 · 되고 싶다. 사람이 살다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그래서 평생에 걸쳐 수도 없이 이런 생각에 빠져 들곤 합니다. 그런데 그 뭔가를 성취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꼭 해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으로서의 그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까지 강렬함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을 걸쳐 그냥 은근히 생각 속에 존재하는, 그러나 결코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잊었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은근 슬쩍 고개를 쏘옥 내미는 그런 것.


제게는 그 두 번째에 해당하는 은근한 욕망 가운데 하나가 패티김의 콘서트를 한 번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욕망은 그렇게 강렬한 것은 아니어서 아직까지 그분의 콘서트 장을 찾을 기회를 갖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만은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주 토요일 마침내 그 소원을 성취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패티김 님의 전국 투어 콘서트 '패티김은 열정이다' 대구 공연을 보게 되었던 것이지요. 우연한 기회에 티켓을 구할 수 있어서 멀리 대구까지 마다않고 달려갔습니다.


아마, 그날 공연 중에 가장 멀리서 찾아온 관객 중의 한 명이 저희 일행(저와 와이프 그리고 멍멍이 해피)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공연을 보자고 아침 8시 조금 넘어 출발을 했는데, 꽉 막힌 경부고속도로 탓에 오후 2시가 약간 넘어서야 대구 수성아트피아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간단하게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공연장을 들어가니 공연 시작 5분전, 그래도 공연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으로 느긋하게 기다리니 하얀 백발에 짧은 머리, 멋들어진 모자를 쓴 채 패티김 님이 등장을 합니다.


사실, 저는 패티김 님의 공연장을 찾아다닐 세대는 아닙니다. 그분들 보다는 한 20년 이상은 젊습니다만 어린 시절 그분의 노래를 참 많이도 듣고 자란 듯싶습니다. 그래서 꼭 한 번 그분의 공연장을 찾고 싶었던 것이지요.


옛날, 제가 어렸을 때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는 아버님께서는 - 보고 싶군요, 아버지 - 쉬는 날이면 항상 음반이나 테이프를 틀어 놓고 계셨습니다. 집안일을 하실 때나, 잠시 누워 계실 때면 그렇게 음악을 들으시면서 하루를 보내곤 하셨는데요.


당시에는 낮 시간대에는 텔레비전 방송이 없을 때라 저는 그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 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들었던 귀에 익은 멜로디 속에 패티김 님의 흔적이 찐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초등학교 때 운동을 했었습니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선수들이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었는데, 당시 중 · 고등부를 담당하시던 코치님이 운동시간 때마다 음악을 틀어 놓고 지도를 하곤 하셨습니다. 아마도 그때 흘러나온 노래 중에 패티김 님의 노래가 단연 압도적으로 많았던 듯싶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공연을 보는 내내 옛 기억들이 오롯이 떠오르더군요. 70이 넘으신 연세에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뜨거운 무대를 만들어 내시는 당당함이 무엇보다도 좋았습니다만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한 20년 전쯤 공연장을 찾아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들더군요. 저와 동세대의 공연장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또 다른 감동이 있는 아주 색다른 무대였습니다.


나에게  패티김은 추억이다 !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