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감 상2010. 6. 18. 20:33

5일간의 휴가기간을 끝내고 8월의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는 월요일 입니다. 지난 주가 휴가의 피크였다고 하니까요. 아마도 오늘은 하루 종일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계시는 직장인 · 가정 주부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즐거움과 힘듦이 상존하는 휴가길 경험을 제가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애석하면서도 다행스럽게 저는 이번 휴가를 집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구요. 어학원을 시작하고 이제 한 달 남짓 지났는데, 문 닫아두고 휴가 떠나는 게 영 그래서 낮에는 학원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휴가 기분만은 내지 않을 수가 없어서 이틀 밤을 극장에서 보냈습니다. 보고자 했던 시간대의 표가 전부 매진되는 바람에 의도하지 않게 극장에서 거의 밤을 새우게 된 것이었지요.

금요일 밤에는 ‘디워’를 보러 부천 CGV를 찾았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엄청나게 많은 관람객들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어쩔 수 없이 2~3시간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화려한 휴가’를 보러 갔는데, 토요일 밤은 더 심하더군요. 6시에 가서 9시 45분 상영분을 관람했으니까 거의 4시간을 기다린 셈이지요.

사실, 디워는 기대 반 의심 반의 심정으로 관람을 했는데요. 보고 난 느낌은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스케일이 있더군요. 그런류의 영화는 스케일 싸움 아닌가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역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스펙터클한 뭔가가 있었습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배우의 연기라든가, 세트의 허접함 등 CG 이외의 실사 부분들 중에는 어설프게 보여지는 것들도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렇게 옥에 티가 있다고는 해도 ‘볼거리로서의 영화’로는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적되어지는 많은 단점들이 제가 보기에는 감독의 역량 부족에 기인 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스탭과 스탭, 연출진과 스탭들의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에서 온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워'와 같은 대작을 만들면서 감독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감독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그것을 실제로 컨트롤하고 만들어 나가는 역할은 조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의 몫입니다. 그들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될 때 비로소 감독이 의도하는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인데요. 이게 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언어라는 장벽이 가장 큰 원인 아니었을까요?

, 그리고 눈에 띄는 옥에 티 하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마지막에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 좀 더 스펙터클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편집상의 문제였는지, 감독의 의도된 그림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너무 빨리 용이 승천을 하면서 마치 한 마리 도롱뇽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지는 부분은 상당히 보기 흉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볼만한, 그리고 추천 드리고 싶은 영화라는 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시간 내서 꼭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화려한 휴가’는 긴 설명 드리지 않아도 다들 아시는 내용이지요. 80년 광주의 아픔, 그것이었습니다. 우선, 시대적으로 꼭 필요한 영화였다는 생각을 했구요.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과거사가 가슴 쓰리게 심장을 파고들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의 감정이입이 심해져서 오히려 관객의 현명한 판단을 방해하지 않았나라는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후반부의 도청 진압 씬이 너무 밋밋하고 감성적으로 그렇게 그려져 있더군요. 절제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과연 80년 광주도 그랬을까요? 아니요, 더 참혹했고, 더 처참했고, 분노와 공포가 교차하는 그런 분위기였었겠지요? 그렇게 그렸더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작가도 마찬가지고, 관객도 마찬가지로 작품에 몰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볼 때, 그렇게 몰입하는 것 만이 능사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되겠지요.

예를 들면,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브레히트는 독일의 유명한 극작가이자 연극이론가 인데요. 이 양반은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그래서 이것은 연극입니다라는 사실을 자주 극 속에서 부각시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하나의 작품이 담고 있는 사회적 현실 또는 상황을 관객이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하라는 의미 때문이구요. 그리고 그와 같은 판단을 현실에 적용해서 사회 개혁 또는 변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의도입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도 이런 걸 기대하며 봤는데요. 물론, 저의 개인적 희망사항내지는 욕심일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누구나 보는 관점이 다르니까요.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80년 광주와 뗄래야 뗄 수 없는 386이라는 용어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386입니다. 아니 386의 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고 나니까 왠지 철 지난 화두를 끄집어 내는 것 같아서 아주 거시기 하기는 합니다.  요즘 너무 부정적으로만 묘사되어서인지 386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아주 차가운 것 같아서 말입니다. 특히, 정치권에 들어가 있는 386 출신 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386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현실인데요. 과연 386은 용도폐기 되어야만 하는 구시대적 용어일까요?

만약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이는 386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달가워하지 않는 일부 보수 언론에 의해 세뇌되어진 탓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386은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으로 규정되고 있지만, 이를 ‘종합적 충분조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개별적 충분조건’으로 파악함이 옳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는 위 영화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포함되는 포괄적이며 동시대적 개념이 되는 것이고, 그 정신은 아직도 유효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몇 명 386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면서 이를 386 전체의 의식이라고 호도하고자 한다면 이 역시 왜곡의 전형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그들이 과거 80년대에는 386의 리더였음이 분명합니다만, 20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도 그들이 386의 리더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시대에 부응하고 시대정신을 꿰뚫는 새로운 리더의 탄생 및 출현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들은 단지 지난 시대의 시대정신을 구현함에 있어 리더였을 뿐이고,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 · 새로운 역사 속 시대정신을 구현할 새로운 386 리더들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서 386 정신은 계승 ·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영화는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2시간에 걸친 '화려한 휴가' 속 80년 광주의 메시지는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 중에 휴가 기간 중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시원한 극장에서 몇 천원짜리 영화 휴가를 떠나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미 다녀오신 분들은 주말 관람도 괜찮겠지요?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