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감 상2011. 9. 18. 11:46

가끔 여러 이유를 들어 자신들을 불행한 세대로 규정하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그 이유라는 것 역시도 아주 다양한데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경제적 · 정책적 · 사회적 원인에 크게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몇 가지 이유로 우리 세대를 불행했던 세대로 규정짓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문화적 혜택을 제대로 받기가 어려웠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 하에서 문화적 불모지에서 살아야만 했던 우리세대가 참으로 불행해 보였습니다.

8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했던 탓에 우리에게 문화라곤 대중문화가 전부였고, 그것조차도 우리와 동세대의 가수들이 아닌 한참 연배가 있는 가수들과 함께 했어야 했지요.

조용필 · 전영록 · 이은하 · 이용 등이 그 당시 대표적인 윗 연배의 가수들이고, 정수라와 이선희 정도가 그나마 비슷한 세대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요즘처럼 아이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던 시대라 같은 세대의 아이돌 가수를 본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때였죠.

그렇다고 해서 문화적 욕구까지도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음악적 재능이 있는 친구들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외딴 창고나 과수원 저장고 등을 빌려 음악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그뿐인가요? 당시에는 음악감상실이라는 곳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온갖 종류의 음악을 신청해서 들을 수 있었던 곳으로 끼 있는 고등학생들은 선생님의 눈을 피해 이곳을 드나들곤 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일하는 DJ의 인기는 가히 요즘의 아이돌 인기 못지않은 폭발적인 수준이었습니다.

하다못해 빵집(제과점)에도 DJ가 있어 음악감상실을 들락거릴 수 없었던 청소년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미팅이나 친구와의 약속을 주로 빵집에서 많이 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저도 같은 반 친구 녀석이 빵집에서 DJ로 알바를 했던 관계로 월요일 아침이면 주말 저녁에 들어온 여학생들의 음악신청서 읽는 재미로 한 주일을 시작하곤 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하라는 학교 공부는 안하고, DJ 한 번 해 보겠다고 팝송 서적 사다가 음악 공부에 열중했던 때도 있었고 말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이만큼 들어 돌이켜 생각해 보면, 비록 우리보다 연배는 한참 위였지만 그래도 그분들이 있어 우리의 청춘이 아름다웠고 풍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가끔 그때 그 노래를 듣는 것이 제 삶에 있어 큰 즐거움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 늦은 밤, 안산에서 있었던 조용필님의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동시대의 사람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어 좋았던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기분을 말로 다 전할 수 없어 사진으로나마 느껴보실 수 있도록 몇 장 올려드립니다. 즐감하세요.^^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