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8. 12. 25. 18:50

“크리스마스 이브에 북한 담당 팀으로부터 진전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고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에 올린 트위터 내용이다.


사실, 이 소식과 함께 연관해서 관심을 끄는 내용이 시리아[각주:1]와 아프카니스탄[각주:2]에서의 미군 철군 소식이다.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한 권한 축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나, 발표 시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기에 그렇다.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 그 이유와 관련해서도 북쪽의 비핵화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에서부터 미국의 성의 없음에 무게 중심을 두는 이들까지 추측은 무성하다.


물론, 딱 집어서 어느 하나가 북·미 간 관계 개선의 장애라든가, 풀리지 않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일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제관계라는 게 워낙 많은 변수들을 안고 있으며, 때와 장소 또는 환경에 의해 수시로 바뀌기도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보자면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중동에서의 북·미 양국의 영향력 확대 전략도 그 한 변수로서 상수에 위치해 있었을 듯싶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중동의 패권 경쟁국이자 종교(문화)적 적대세력인 이스라엘에 편중되어 있는 미국의 편애가 눈엣가시였을 것이고[각주:3], 역으로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이란이나 시리아군에게 제공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및 무기류가 큰 위협으로 인식되었을 것이기에 북쪽에 대한 반감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각주:4] 한마디로, 실질적인 교전상태의 적은 아니나[각주:5] 적의 동지이기에 적이 된 그런 상황이다.[각주:6]


그래서 이와 같은 북·미 양국이 갖고 있는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어떻게 상호 효과적으로 줄여나가느냐 하는 문제 역시 북·미관계 개선의 장애물이자 시금석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이런 이유들로 중동에서의 미군 철수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서로 겹쳐 보인다. 지정학적 변화, 즉 세계 패권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캡쳐



  1. 미국은 2015년 오바마 정부 시절, 시리아 동북부 터키 국경지대에 2000여 명의 지상군을 파병했다. 이들의 임무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IS(이슬람국가)와 싸우고 있는 쿠르드족 민병대 SDF(시리아민주군)를 훈련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터키와 미국의 이해가 상충하는 측면이 있었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세력을 확대해 독립국을 건설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쿠르드족은 터키,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에 흩어져 있다. [본문으로]
  2.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주둔 미군의 절반인 7000여 명을 철수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20일 보도했다. [본문으로]
  3.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와 관련하여 다음을 참고. 코트라-이스라엘・이란의 분쟁 원인과 경제 영향, https://news.kotra.or.kr/user/globalBbs/kotranews/3/globalBbsDataView.do?setIdx=242&dataIdx=112776 [본문으로]
  4. 이스라엘과 북쪽의 관계에 관해 다음을 참고. Israel–North Korea relations, https://en.wikipedia.org/wiki/Israel%E2%80%93North_Korea_relations [본문으로]
  5. 각주 6의 참고 문헌에도 일부 언급이 되고 있듯이 1967년 '6일 전쟁' 때와 1973년 '욤기프르 전쟁' 중에 북쪽은 군 지원 병력 및 조종사를 시리아와 이집트에 파견했던 전력 등을 볼 때 북쪽과 몇몇 중동국가 간의 군사공조는 끈끈한 유대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6. 이스라엘과 북쪽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문정인 대통령 특보의 다음 글을 참고. [중앙시평] 북한과 이스라엘, https://news.joins.com/article/2959120 [본문으로]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
2007년~현재/시 사2018. 4. 28. 11:17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환호성과 박수로 시작되었던,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평화와 번영이라고 하는 먼 길을 나서는 한 걸음을 이제 막 뗀 것에 불과하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나온 75년여에 걸친 눈물겨운 과정들을 보노라면 이는 우연이 아닌 필연임을 알 수 있다. 분위기의 성숙도라고나 할까? 남북만이 아니라 외적 당사자격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는 판문점선언에서 밝힌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잘 말해준다. 일각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뭔가 부족하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하나, 절대 그렇지 않다.


비핵화를 ‘당장’의 핵폐기로 보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일이다. 비핵화의 본질은 소위 미국이 말하는 불량국가(=비핵보유국)가 보유하고 있는 핵에 내재되어 있는 ‘위협’적 요소의 제거요, ‘평화’를 담보하는 전제조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비핵화에 대한 남북 정상간의 확고한 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남북 정상간 분명하며 명확한 의지가 판문점선언에는 뚜렷하게 명시되어 있다.


또한 단지 선언으로만 그치겠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충분한 논의를 해 나가자는 게 남북정상의 의지이다. 물론 이는 이후 진행될 북미간 정상회담의 의제 중 제1의제이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한 남쪽·북쪽·미국의 뜻과 의지는 이미 충분히 논의 되었을 것이기에 그다지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렇다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앞으로 진행될 프로세스의 첫 단계는, 물론 향후 논의를 통해 진행될 문제이기는 하겠으나, 우선은 실사단을 파견하는 문제라 보인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한 채 베일에 가려있는, 북쪽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양과 성능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또한 단기간에 확인 가능한 문제는 아닐 것이기에 구체적인 비핵화를 향한 과정들은, 남과 북의 평화 정착 과정, 미국의 안전보장 노력들과 함께 병행해서 추진하게 될 중장기적 과제로 될 것이다. 즉, 시간을 갖고 진행해 나가야 하는 일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 지금 단계에서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전쟁 없는 한반도’ 즉, 평화에 방점을 찍자는 말이다.


그 얘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5월말이나 6월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의 장소 문제로 화제를 옮겨보자. 여러 가지 설들이 있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장소인 판문점이 최적의 장소 아닌가 싶다.


북미 양 정상의 이동이나 경호 문제, 분단의 역사적 상징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판문점만큼 훌륭한 장소가 어디 있겠는가? 김정은 위원장이야 말할 것도 없고, 먼 길을 와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도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반도 남쪽이 경호나 숙박문제, 나아가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라 할 평화와 냉전종식을 적극 알리는데도 더없이 훌륭한 장소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남쪽의 평화의 집에서 했으니, 북미정상회담은 북쪽의 ‘통일각’이 좋겠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미 많은 부분들을 합의한 상태이기에 북미 정상간 만남에서는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여, 2~3시간의 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 주최 만찬을 통일각에서 진행하며 남·북·미 정상이 자리를 같이 하는 연대와 신뢰의 기회도 마련해 봤으면 싶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나는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 통일각을 염두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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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