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9. 1. 10. 11:42

요즘, 우리 언론이 한·일관계 현안들에 대해 다루는 기사를 보고 있자니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언론인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 아베총리가 조만간 쫓겨나겠구나" 싶다. 물러나는 이유는 아마도 모종의 좋지 않은 스캔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 예측이다.


그 예측의 근거는 단 하나다. 미국 정부(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전략)이다.


정치(국제외교)라는 게 살아 있는 생물과 같은 것이라 하나 그 주체가 인간인 한 예측 가능한 경로를 갖는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말로 설명 가능한 북·미 간 관계개선 화해 분위기 역시 어느 날 갑자기 튀어 오른 럭비공 같은 예측불가한 상황이 절대 아니다.


미국의 장기간에 걸친 패권전략 정책 속 하나의 그림으로 상정되어진 것이다. 냉전 이후 미국은 러시아와 별다른 탈 없이 지내왔다. 장기간의 평화(long peace)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 중국이 부상했다. 물론, 예견되어 있던 일이다.


하지만 세계질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양분(대표)한다. 그게 암묵적인 약속이라고 나는 본다. 이는 다시 말해, 조(직)폭(력배)식의 논리로 넘버3(중국)가 넘버2를 넘보는 꼴은 절대 용납 못한다는 얘기다. 이게 분명해야 보스의 넘버1 체제도 지속(영원히?)될 뿐 아니라 패권전략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면 미국은 언제부터 넘버3의 부상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 왔을까? 탈냉전 이후 신질서 하에서 중동전을 벌일 때, 한쪽 귀는 동아시아쪽을 향하고 있었다.


북한 핵 문제 역시 나는 동일한 관점으로 파악한다. 동아시아의 패권문제를 고려하면서, 지역에서의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찾은 해법 같은 것이라고 본다.


동아시아에서 안정적인 미국의 패권전략 정책은 한반도·중국·일본의 힘이 상호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강한 쪽은 다소 다운시키고 약한 쪽은 살짝 끌어올리는 방법을 쓰면서 말이다. 미군기지를 통한 미군주둔 또한 그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한(반도)·중·일 삼국이 힘의 균형을 이룬 상태가 미국 입장에서는 제일 영향력 발휘가 수월한 상황이 된다. 경제적 부담도 훨씬 경감되고 말이다.


그런데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이제 주둔 미군의 힘을 제하고도 3국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시대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이를 절대 반길 수 없는 반동적 축이 존재한다. 일본이다. 


중국 역시 반길 이유는 없지만, 견제 대상으로서의 넘버3라는 숙명적 한계와 자칫 반발했다가는 미·중 무역전쟁 보다도 훨씬 심각한 절체절명의 체제 위협 상황에 직면하게 될 테니 딱히 방법이 없다. 그나마 일본은,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아직은 옛 전성기적 호기도 있고, 군사대국화에 대한 지나친 야욕이 화를 자초하고 있다.


해서, 보스의 패권전략에 딴죽을 걸고 어깃장을 놓으며 현실의 동력을 상실토록 힘 빼기 작전 중이다. 보스라고 그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사회에서 일본이 벌이고 있는 북·미관계 파토내기 로비 정황을 모르고 있겠는가?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의 일본의 입김과 일본 자금 유입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은 조만간 미국과 무역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의 공산품(대표적인 게 자동차)과 일본으로 수입되는 미국의 농산물이 주 논의 대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산업전반에 걸친 약 22개 항목에 달하는 수준에서의 미·일 무역협정(US-Japan Trade Agreement, USJTA)을 희망하고 있다고 하니 미·중 무역전쟁 못지않은 혈전이 예고된다.


아베 정부는 이제라도 미 행정부(트럼프)의 의중을 읽고, 한반도 평화체제(동아시아 세력균형 체제) 정착에 동의·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에 대한 전후보상 차원에서 남·북경제협력에 적극 일조해야 하며, 이는 지나간 불행한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사죄의 의미이자 미래의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코자 하는 일본정부의 혼네(본심)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허나 현재로서는 난망한 일이다. 아베총리(정부)의 명석하지 못한 상황 판단으로 인해 자신 개인은 물론 일본이라는 나라까지 거덜 나게 생겼다. 라고 나는 본다.


하여, 나는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가 한층 강고한 합리적 원칙론에 입각하기를 바란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전략적 대일외교(관계)의 시대는 끝났다. 대세의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고 대처하자. 조랑말이 아니라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라.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