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9. 1. 8. 12:31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중이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이 머지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조만간 우리 정부에서도 관계자를 일본에 파견하여 의견을 구하고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주변국의 반발을 무마하고 의견을 구하는 사전 조율에는 상호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일본이야 사실 미국의 의중을 따르니 중국과의 의견교환이 더 선결과제이기는 하다.


미국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만간 회담장소도 공개할 모양새다. 아시아지역의 한 곳이라고 하는데, 판문점이 아니라면 일본 오키나와도 의미 있는 장소로 추천할만하다.


우선, 북쪽과의 관계에서 일본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 북·미관계가 개선이 되고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 한반도 평화체제가 정착이 되면 북·일관계도 재정립이 불가피하다. 그리되면 자연스럽게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대일강화조약)에 대한 재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피해국들에 대한 완결되지 않은 전쟁피해보상 문제가 특히 중요시 될 것이다. 일본으로서도 나름의 사전 포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 오키나와는 여러 면에서 현대사의 아픔을 대변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류큐(琉球)왕국은 원래 독립국가였다. 1879년 일본에 강제 병합되어 오키나와가 되었다. 불과 130년 전의 역사다. 또한 태평양 전쟁 시에는 미군과 일본군의 최대 격전지이기도 했다. 이때 오키나와 주민의 3분의 1이 희생되었다. 그래서 오키나와인들은 전쟁과 냉전의 상징들을 더는 오키나와 땅에 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일본왕은 오키나와를 미군에게 기지로 제공한다. 그래서 지금은 일본주둔 미군기지의 75%가 오키나와에 있다. 오키나와 본섬의 20%를 미군기지가 차지하고 있다. 오키나와가 일본 전체 국토면적 중 차지하는 비율은 0.6%에 불과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이후를 고려해 본다면, 한반도·중국·일본은 아마도 비슷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한 힘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힘의 균형상태란, 비슷한 전력을 뜻함이 아니라, 최소한 한 국가가 타국을 힘으로 억누르려 하지 못하는 억제력(Deterrent Power)이 충분한 상태를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키나와 미군기지가 지금처럼 거대한 형태로 존재할 필요가 있을지는 연구의 대상이다. 멀지 않은 곳에 괌도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 역사의 아픈 현대사를 상징하고 있는 곳이 오키나와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양국 정상의 의전 문제를 놓고보더라도 그 어떤 지역보다도 고려의 대상이 될 만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도 간결해진다.


한반도만큼이나 쓰라린 아픔을 간직한 땅 오키나와. 현대사의 마지막 냉전 한 매듭을 푸는 평화의 땅으로,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는 역사의 땅으로 거듭나게 되는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