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6년/시 사2010. 6. 18. 15:52

고이즈미 총리의 말 한마디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을 차기 일본 총리로 만들었다. 우리 언론들도 일본 언론의 분석을 인용해서 이를 당연시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선 이와 관련된 고이즈미 총리의 말을 먼저 들어보자.
 
고이즈미 총리는 12일,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1]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어려움에 직면해서 도망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9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선거에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출마를 강력히 촉구하는 발언이다.
 
또한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2]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사람이 선출될 가능성은 없다" 마치 아베 신조의 높은 인기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으로 아베 관방장관에게는 상당히 힘이 되는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총리의 '아베 보호론'에 뒤이어 나온 발언이어서 갖가지 억측을 낳게 하고 있다. 모리 전총리는 지난 9일, 한 민영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서 "아베 관방장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음 총재선거에 출마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모리 전총리의 이 발언은 좀 풀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일본 차기 총리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통해 선택하게 되는데, 일정상 2007년도에 참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일본 사회의 민감한 문제 중에 하나인 소비세 인상건과 의료보험 제도 개혁(인상을 주요 골자로 하는) 등이 차기 정권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현안으로 남겨져 있다. 이를 실행하게 되면 민심을 잃을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차기 총리는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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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이와 같은 상반된 듯이 보이는 두 사람의 발언을 두고 마치 고이즈미 총리와 모리 전총리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이 분석들을 하고 있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모리 전총리는 아베 관방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몇 번인가 한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베군(君)은 아직 이르다.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장관도 하고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경험도 없지 않은가"라며 부정적인 발언을 한바 있다.
 
그렇다면 고이즈미 총리는 어떤가? 물론 겉으로 드러난 발언은 없지만 최근 들어(나는 처음부터 고이즈미가 아베의 인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2003년 11월의 중의원 선거 후 버려질 카드로 봤는데, 일본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가 그의 정치적 생명줄을 연장시켜 주고 있는 듯 하다) 둘 사이의 갈등론이 고개를 내밀곤 하는 것이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관방장관의 사이도 그렇게 원만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정민영화 문제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는 과정 중에 의견대립이 심화 되었고,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아베 관방장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중의원 선거는 고이즈미 개인의 힘으로 승리한 선거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바꿔서 말하면 대중적 인기를 갖고 있는 아베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의 역할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정치인은 성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인 아베씨의 업적이랄 수 있는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 가족들을 등에 업고 대북 강경론 하나로 오늘의 자리에까지 올랐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다시 말해 시류에 편승해서 손에 흙 한번 묻히지 않고 정치 농사 다 지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 말이 필요 없다. 검증을 받아야 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그는 관방장관이라는 자리에 올라 앉게 된 것이다. 책임지는 자리에서 능력을 통해 검증 받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즉, 고이즈미 총리가 아베씨가 예쁘고 맘에 들어서 그를 관방장관 시켜준게 아니라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앞선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1]에서는 얼르고 [2]에서는 달래며, 대중적 인기에만 연연해서 뒤에서 놀지 말고 검증 가능한 곳으로 나와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라는 경고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이로 인해 아베 관방장관은 어쩔 수 없이 차기 총리 선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여지며, 그 결과에 의해 차차기 가능 여부도 심판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후 총리 후보군으로 계속 남느냐 아니면 아예 탈락하고 마느냐의  고독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체면치레를 할 것인가라고 보여진다. 한마디로 어떻게 꼴찌를 면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고이즈미 총리와 모리 전총리의 상반된 듯이 보이는 발언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만 하는가? 간단하다. 고이즈미 총리의 자신감과 모리 전총리의 조심스러움의 반영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차기 총리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입각한 '후보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이고, 모리 전총리의 경우는 대중적 지지도를 기반으로 한 아베 관방장관의 막판 뒤집기를 우려한 혹시 모를 우환은 아예 싹을 자르고 가자라는 '돌 다리 두드리기'로 보면 된다.
 
일본 보수 우익 언론들의 꼼수에 놀아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자민당 총재 선거
 
 1.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3년으로 중임 가능.
 2. 총재 후보가 한명일 경우에는 무투표 당선.
 3. 복수의 후보가 나올 경우에는 당원표 300표와 의원 1인 1표, 투표로 결정.
 4. 당원표는 각 시군구에 기초표로 3표, 남은 표는 당원수에 의해 나누게 되는데, 각 시군구가 갖는표는 적게는 3표에서 많게는 11표 정도로 각 후보의 득표수에 준해 비례 배분해서 계산한다.
 5.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당선이 되나, 모두가 과반에 미달할 경우에는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로 결정.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