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8. 12. 30. 11:26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 일부이다.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뛰거나 피가 용솟음침을 느꼈는가? 아니, 미동이라도 있었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젊은이 이거나, 당신의 감성지수는 젊음에 가깝다.


물리적 나이가 50이 넘은 나 같은 이들에게는 기회나 과정은 뒷전이고, 그저 결과라는 말만 먼저 눈에 꽂힌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 것 같은데?


나와 동년배이거나 나보다 더 연장자인 이들에게서, 인생의 기회라거나 그걸 위한 과정을 만들어내는 삶의 드라마틱한 요소들은 이미 과거 속으로 침잠해버린지 오래다. 대다수가 그렇다.


그리고 이미 세상을 살만큼 산 이들에게는 “뭐, 그런 거지”, “그래, 애초부터 달랐던 거야”라는 인생 경험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안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사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의식이 보수화되어 가는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20대가 그래서는 곤란하다. 부딪혀보지도 않은 세상인데, 벌써 “그래, 세상은 그런 거야”라고 한다면 이는 자포자기 인생이다. 소위 사회적용어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거나 “N포세대(취업, 결혼, 출산의 3포를 넘어 무한 포기 세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런 20대의 시각에 잡히는 현실이다. 세상이 '평등'하지도 않으며, '공정'하지도 못하다. 더구나 '정의'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렇다고 이게 뭐 엄청난 일들을 겪으면서 만들어진 생각은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 부자의 상징 삼성 이재용은 풀려났고, 취업청탁 고위인사들은 별탈 없이 고개 뻣뻣하고, 적폐청산 영장들은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되고 있다. 적반하장이라고 오히려 적폐들이 반기를 들고 정부를 공격한다. 이는 법치를 넘어 정부의 무능처럼 비춰진다.


“정치? 그딴 것 개나 주라 그래.” N포세대가 정치까지 포기하는 순간이다. 수구보수세력은 표정 관리하기에 여념이 없다.


민주화세대로서 사회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를 했거나,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이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가 되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그들의 정치 행위가 맥을 같이 하지 않을 때이다.


그들의 이미지는 불의에 항거하며 번쩍 치켜든 주먹이고, 군사법정에 선 죄수복 차림의 의연함이고, 최루탄 가스 자욱한 도로 위의 굳건한 투사의 얼굴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정권을 잡고 나면, 나약한(?) 민주주의자들이 되어 버린다. 당연하다. 법대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 만들자고 투사의 삶을 선택했던 것이니, 그들이 민주주의를 거역할 수 없음이다.


그러나 기득권력이 여전히 사회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한 명 바뀐 것은 거대한 호수 위에 작은 돌덩어리 하나 떨어진 정도에 불과한 충격이다. 그 또한 5년, 아니 보통 3년이 지나면 레임덕의 시작이니 3년만 복지부동하면 되는 충격 아닌 충격이다. 이 당연함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인 것이다.


적당히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은 안다. 그게 세상임을 말이다. 하지만 20대는 달라야 한다. 이런 세상 이치(?)에 지레 순응해 버려서는 안 된다.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향하던가, 짱돌을 들고 아스팔트 위를 달리든가 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요즘, 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렙소디’가 인기다. 천만 관객을 향해 순항중이라고 하는데, 퀸의 본고장 영국에서보다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나처럼 2~3번을 관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에 실재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좀 적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음악영화의 특성 중 하나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70~80년대 인기 락밴드에게 요즘의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30대의 관객 비율이 대략 50%를 넘는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불가해한 이 사실을 분석하는 평론들도 넘쳐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퀸이 갖고 있는 음악성에 더해(그것을 음악에 최적화 된 극장사운드로 들을 수 있음은 덤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그들의 ‘저항정신’에 기인한다고 본다.


퀸을 좋아하는 기성세대들은 일찍이 알고 즐겼던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새로이 발견한 퀸의 빼어난 음악성과 거침없는 저항성에 빠져들었다. 부모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마치 신(神)과 같은 음반제작사 사장에게도 대놓고 반발하며 ‘NO'라고 외치는 프레디 머큐리와 그 동료들에게, (이것이 영화적 허구일지라도) ’예스맨‘으로 살기에도 팍팍하기만 한 세태, 그리고 그런 현실에 반항하고 팠던 자신들의 현재를 투사시켰다.


내가 문재인정부의 20대 지지율 하락(뭐, 전체적인 지지율 하락 추세라서 딱히 20대만의 지지율 하락이라고 확대해석하는 쪽의 의도를 의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20대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과 관련하여)과 그들이 열광하는 ‘보헤미안 렙소디’ 현상을 같은 선상에서 보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프레디 머큐리?



▲ 보헤미안 렙소디 포스터, 영화사 캡쳐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