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3. 2. 7. 10:15


어제는 친하게 지내는 후배 녀석 순돌이 - 껄렁거리는 겉보기와 다르게 맘이 여리고 착한 것 같아 내가 붙여준 별명 - 가 불쑥 찾아와서는 뭐라도 해 봐야겠다며 뭐 좋은 아이템 좀 내 놓으라고 성화를 대더군요. ㅎㅎ 그런 좋은 뭔가가 있으면 내가 진작 시작해서 떼돈을 벌지 지금까지 머릿속에만 담아두고 있겠냐고 했더니 장사라도 해 볼 요량이라며 죽는 소리를 해서 한참 또 잔소리 좀 했습니다.


저도 제 개인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하면 할수록 느끼며 삽니다. 우리가 속된 말로 할 것 없으면 장사라도 하지 하는데 그렇게 해서 몇 푼 있는 밑천 말아 먹기 딱인 게 이쪽 실정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뭘 하든 인테리어로 들어가는 비용이 기본으로 1억 가까이 하잖습니까? 거기에 집기다 뭐다 해서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고 말입니다. 뿐인가요? 장사 시작한다고 바로 떼돈 벌리는 게 아닐테니 한 6개월 운영비 정도가 추가로 드는 게 기본입니다. 건물 임대 보증금이야 어차피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니 그러려니 한다 해도 이처럼 인테리어와 집기 그리고 초기 운영자금 등으로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억 5천에서 2억 가까이를 쓰게 됩니다.


근데, 장사 시작하고 나서 얼마나 그 가게가 잘 될지 모르겠으나 도대체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몇 개월 만에 저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까요?


단순 계산으로, 한 달에 3백만 원씩 5년을 모아야 초기 자금을 회수하고 그야말로 저금이 가능한 상태로 전환이 됩니다. 도대체 무슨 장사를 해야 한 달에 저 정도 비용을 사업 초기에 다달이 모을 수 있을 것이며, 설사 장사가 잘 돼서 그 이상을 벌었다 한들 그 장사가 5년 동안 계속 유지되는 것 또한 쉽지마는 않은 일일 겁니다.


게다가 5년 정도가 되면 가게 인테리어도 다시 손 봐야 하고, 만에 하나 임대차 재계약에 문제라도 생기면 가게를 옮겨서 새롭게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되면, 좀 벌만할 때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함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교훈 한 가지는 이것인 것 같습니다. 리스크 관리, 특히 잘 될 때 보다 잘 안 될 때를 염두에 둔 사업계획. 사업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이건 정말 철칙이다 싶습니다.


사업이란 게 하다보면 운이 따라주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기억합니다. 내가 잘해서 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 우리는 그것을 일컬어 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운이라는 녀석은 성공만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내리막길로도 안내를 합니다.





스키나 스케이트 또는 보드를 타 보신 분들은 균형을 잡고 앞으로 잘 나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기술이 안전하게 넘어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라는 점 다들 느끼고 계실 겁니다. 아무리 균형을 잘 잡고 멋지게 내려가다가도 한 순간 실수로 잘못 넘어지는 경우 큰 부상으로 연결될 수도 있음을 가끔 목격하곤 합니다.


사업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잘 나가다가 어느 순간 비틀거리기 시작할 때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패가망신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지나친 과욕과 무리한 투자를 경계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사업 성공의 요인이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의 환경변화에 의한 일시적 호조건일 때 더욱 더 겸허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게 참 사업하는 사람들 한테는 견디기 힘든 유혹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사업을 확장해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일텐데요. 식견을 갖고 전후좌우를 잘 살펴본 후,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서면 참고 자제하는 것 또한 성공을 향한 훌륭한 자세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례로, 수출입을 주로 하는 사업장의 경우 환율에 의해 수익성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데, 정부의 인위적 환율 개입 정책에 의한 영향으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면 반드시 그 반대 경우도 항상 염두에 두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인위적 개입 후의 하락은 그 속도가 아주 빨라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MB정부 들어 이런류의 영향이 참으로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저는 사업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면 기존에 되어 있는 설비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며, 좀 된다고 무리하게 확장 또는 투자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신중한 자세는 기본이며, 사려와 식견으로 중무장 되어있으면 있을수록 성공 확률 또한 그 만큼 높아진다는 말씀이지요.


"몇 억을 벌기는 어려워도 까먹는 데는 채 2년이 걸리지 않더라." 결코 신문 기사에서만 볼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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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