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9. 6. 19. 23:46

나서기 전에 배우고, 겸손하게 아는 것만 이야기하고, 모르는 것은 자중하라 했다.


자리에 취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떠벌리다 보니 말실수가 되고, 정치 행보는 갈지자가 되고, 리더십 스텝은 꼬여만 가는 거다.


오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그랬단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똑같은 임금은 공정치 않다”고 말이다.


이 말을 들으니 문득 한 이십여 년 전 일본에서 공부할 때가 생각났다.


알바를 했던 곳이 업소의 특성상 연세 있는 분들이 많은 곳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등치도 좀 있고 하니, 평소에는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던 분들이 술 한 잔 드신 날이면 TV 앞에 모여 있다가 가끔 술기운을 빌어 만용들을 부리곤 했다.


웃으며 농담처럼 말하지만, 비웃음이 묻어나는 말투다.


안다, 나는. 그 양반들이 나를 조롱하려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 또한 숨겨야 한다. 그리고 같이 농으로 받아 넘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속이 좁은 놈이 되거나, 큰 싸움이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손님 : “어이, 너. 돌아가, 너희 나라로”(비웃음)


나 : "뭐라구?"(비웃음)


손님 : "너희 나라로 꺼져버려"


나 : “(코웃음 치며)하, 미국에 있는 일본애들은? 걔들 먼저 다 불러들여, 그럼 나도 우리나라로 돌아갈게”


손님 : “빠카다나. (에이, 바보)”


나 : “난다요, 고뤠? (뭐라는 거야?)”


호쾌하게 한 마디 던지고 돌아서는 내 얼굴에도 역시 웃음기는 있으나, 그건 분노를 감추기 위한 웃음이다.


그까짓 것쯤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 마디 날리는 말에는, 불량기 잔뜩 묻은 TV에서 본 야쿠자 특유의 악센트가 씹혀 나온다. 혈기왕성 했을 때의 이야기다.


일국의 법무부장관과 총리를 지냈고, 잘난 놈들만 뽑힌다는 검사로 수십 년을 살아온 이의 사고와, 허드렛일로 평생을 보낸 선술집 노인네의 사고가 이처럼 별반 차이가 없다?


인생, 그 허망함이 몹시도 애잔해지는 밤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