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21. 4. 21. 06:40

아주 옛날 이야기다. 또한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류 역사상 처음이자 현재까지로서는 마지막 이야기이기도 하니 그렇다. 
 
1977년 9월, 미국이 발사한 외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는 우주 탐사를 이어가던 중, 1990년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명왕성 궤도 근처에서 카메라를 지구로 향했다. 태양빛에 카메라 고장을 우려하는 과학자도 있었으나 계획은 실행되었다. 사진을 찍은 후 이를 지구로 전송했다.
 
태양과 함께 태양계의 여섯 개 행성들 금성, 지구,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찍혀 있었다.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당시 보이저 탐사선 연구자였던 칼 세이건은 이 사진에 찍힌 지구를 보고 이렇게 표현했다. 
 
“창백한 푸른 점” 
 
광활해 보이는 이 지구조차도 태양계라는 거대한 우주를 놓고 보면 한낱 티끌(먼지)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천문학을 공부하게 되면 인간이 겸손해지고 인격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인간들의 도시, 혹은 인간들만의 도시” 
 
지구가 도시화하면서 그 구성분자들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인간들에 의한, 인간들의 도시로 변모해가고 있다. 발전 혹은 진보라는 탈을 쓴 채 말이다. 
 
어제는 저녁에 운동삼아 동네 한 바퀴를 했다. 한참을 걷고 있던 도중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들의 가운데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얼핏 보니, 축 늘어져 있는 고양이 상태로 봐서 죽었나 싶었는데 아니다. 피도 보이고, 움직임도 있다.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처럼 보였다. 왕복 8차선 도로에서 차에 치인 고양이를 어떤 분이 인도로 데려와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하고 있던 것이다. 
 
안면과 머리 반쪽은 없다. 충격이 심했던 모양이다. 차에서 떨어졌다는 목격담,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동물단체에 전화를 해도 통화가 안 된다는 대화들이 들린다. 주변에는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도 함께였다. 
 
동물병원으로 옮기고 싶은데 누구도 선뜻 피 흘리고 있는 녀석을 안고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눈치였다. 근처 가게에서 종이를 얻어와 내가 안고 다른 분의 도움을 받으며, 근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연신 피를 토해냈다.
 
한참을 뛰다시피 해서 동물병원에 들어서니, 보호자부터 찾는다. 보호자가 없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어찌하면 좋을까? 잠시 생각하는 사이, 녀석은 숨쉬기를 멈췄다. 
 
동물병원 관계자는 미안해하며, 고양이 사체를 밖으로 옮겨달라고 한다.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아서 자신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여러모로 난감했다. 다른 일행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방법은 집으로 데려와 날이 밝으면 화장시켜주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다행히 같이 갔던 젊은 친구가 구청에 전화를 했고, 통화에 성공했다. 구청에서 회수해 가겠다는 말과 함께 밖에 두고 가시라고 했다 한다. 
 
고맙게도 동물병원에서 상자 하나를 주어 녀석을 눕히고 뚜껑을 덮어 도로 한쪽에 두고 왔다. 
 
아쉬움과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지만, 동물병원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어디 그런 경우가 우리뿐이었겠는가? 
 
그래도 외면하지 않고, 가던 길 발걸음 멈추고, 쓰러져 있는 고양이에게 관심을 두었던 우리 젊은 친구들, 그대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 희망이 있다. 감사하고 고맙다. 
 
냥이야, 고단한 삶 고생했다. 
 
잘 가라!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