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22. 10. 30. 20:29

이태원 참사를 처음 접한 것은 고향에 계시는 어머님을 통해서였다. 이른 아침 전화벨이 울렸다. 핸드폰을 드니 “아니, 서울에 무슨 일이라냐? 일어나서 TV를 틀었더니, 서울이 아주 난리다.”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전화를 끊고 컴퓨터를 켰다. 내가 곤히 잠들어있던 시간에 어떤 이는 생을 마감했고, 또 어떤 이는 생사를 오가고 있었다. 가신 이들의 명복을 빈다.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으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애먼 트집잡기다. 확실한 것은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 몹시 크다는 사실이다. 젊은이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책임은 오롯이 기성세대의 몫이다. 설사,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변명이 되지 못한다. 예측 불가능한 그곳, 그 시간에도 안전은 늘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이든, 정권이든, 기성세대 모두는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 소재를 흐리기 위해 공동체의 누군가를 특정해서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그날 이태원 근처에 있었다는 이들, 즉 구경꾼의 행태에 대한 질타는 그만 멈추어야 한다. 모든 이들이 다 구호작업에 뛰어들기를 바랄 수는 없다. 게다가 그곳은 축제의 현장이었다. 그들은 이번 참사가 이렇듯 엄청나리라는 것을 알 수도 없었을 것이다. 현장에서 조금만 벗어나 있더라도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야 나중에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속속들이 그 당시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니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알 수 있지만, 당시 현장을 벗어난 곳의 분위기는 또 달랐을 것이다.

 

톡방 여기저기에 구경꾼을 질타하는 글들이 해당 언론 기사와 함께 폭주한다. 그들이 한심하다는 투다. 이런저런 모습들이 있었을 것이나,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구경꾼인 그들이 아니다. 사태의 본질은 우리가, 희생 당한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젊은이들은 놀고 즐길 자유가 있고, 기성세대는 그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왜 그들이, 그렇게나 많은 숫자가, 좁은 그곳에 몰려갔는지 나무라지 마라. 그곳에 안전망이 전혀 가동되지 않았음을 자책하라. 당신도 나도, 우리 기성세대 모두가 반성할 일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