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3. 12. 31. 12:44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다시 일본으로 쏠려 있는 듯하다. 언론에서도 일본 관련 뉴스 비중이 많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오늘자 모 언론이 전하는 소식 중에, 일본 젊은이들의 정치의식과 관련한 아사히(朝日)신문 여론조사 결과가 상세한 설명과 함께 기사화 되어 있는 것을 관심 있게 읽었다.

 

그리고 직접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을 찾아들어가 원문을 확인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내게는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은 내용이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시절부터 많은 정치학자들을 당혹케 했던 수준의 연장선이라 보았기에 그렇다.

 

2001년 4월부터 5년 5개월간 일본 총리를 역임한 고이즈미는 재임기간 내내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정책으로 엄청난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우정산업민영화라 볼 수 있다.

 

물론, 그는 행동뿐만 아니라 언변도 화끈했다. 한 마디로 거침이 없었다. 그런 그의 퍼포먼스에 일본의 젊은이들이 열광했던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그의 사상적 단초를 엿볼 수 있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란, 본인이 갖고 있는 만큼 누리는 것을 말한다.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많은 자유를, 적게 갖고 있는 사람은 그만큼의 자유를 누리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런 그의 신자유주의적이며 불평등한 정치적 신념(?)에 미치도록 열광했던 세대가 바로 프리타 -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를 줄여 부르는 신조어로 뚜렷한 일자리 없이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 로 대변되던 20대였다는 사실에 많은 정치학자 및 저널리스트들이 아연실색했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은 그에게 무한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는 말이 되기에 그렇다.

 

이게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일본 총리가 아베다. 현재 일본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이 10년 전 거기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실히 입증되었다는 게 나는 이번 아사히신문 설문조사의 의의라면 의의라고 본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여러 이유들이 있을 수 있으나 나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그 이유를 추론해 보고자 한다.

 

첫째, 매스미디어의 영향이다. 특히, 게임 및 애니메이션으로 대변되는 영상문화의 영향이 지대했다고 본다. 말초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관심을 끌게 만드는 영상표현 기법과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단순 명쾌하게 결론에 도달해 버리는 스토리의 진행 기법은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의 뇌구조를 단순화시켜 버린다.

 

깊이 있는 지식체계의 습득 및 다양한 사고를 통한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라 오직 눈에 보이는 피상적 실체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 정보에만 의존한 채 그저 오(o)와 엑스(×)만을 판단케 함으로써 사고의 다양화에 지장을 초래했다.

 

이런 결과로, 어떤 사안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 논리적 접근 방식을 택하기 보다는 단지 겉으로 보이는, 그러니까 영상 등을 통해 내가 많이 익숙하게 접해왔던 행동 방식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화 되어 버리는 경향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들의 일자리 문제 하나 해결해 주지 못하는, 일자리는 커녕 오히려 "너희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라" 라고 방치해 버리는 고이즈미 류(類)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다. 명쾌하며 직설적인 언행에 말이다. 새삼 독서교육의 중요성이 절실해진다. 저들처럼 될 수는 없지 않는가.

 

둘째, 그릇된 교육의 문제다. 이는 교과서에서부터 교육방식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광범위한 범위에서 철두철미하게 진행되었다고 본다. 일본정부 차원에서 자학의 역사관을 탈피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겠다는 목표로 진행이 되었으니 저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일정부분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을 통한 젊은 세대 우민화 정책이 미래의 일본을 어디로 끌고 갈지는 요즘 일본 사회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혐한류 시위 등을 보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게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의 역사교과서는 안녕하신가? 또 우리의 공교육 현장은 안녕하신가?

 

10년 뒤 우리의 젊은이들이 지금의 일본 젊은이들처럼 되지 않게 하려면 교육문제에 보다 더 많은 국민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늘의 일본 젊은이들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는 아래 사진의 좌측 도표를 보고 판단하시기 바란다.

 

현재의 일본 여당 자민당이 개혁적이라는 응답률이 20대가 가장 많다. 또한 자민당이 우경향이 아니라는 즉, 좌경향에 가깝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20·30대가 제일 많다. 좌와 우의 거의 중간지점에 있다. 경천동지할 일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란 이런 때 쓰는 고사성어일 것이다.

 

 

아사히신문 인터넷 캡쳐   

 

Adieu 201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4년 한 해는 당~신 겁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