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3. 10. 29. 11:35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의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했을 때, 이를 자국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해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에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집단적 자위권 문제가 심심찮게 우리 언론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게 어디 어제 오늘의 문제인가?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가능케 했던 평화유지군(PKO) 활동 참여 때부터 이미 예견되어 있던 일이다.

 

당시, 일본 국내외에서 일본 자위대의 평화유지군 참여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분분했다. 하지만 대세는 유엔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하나인 평화유지군 참여 역시 집단적 자위권의 연장이므로 자위대의 참여는 명백한 일본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일본이 그토록 추진코자 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대상 국가는 어디일까? 이는 다시 말해, 일본이 가상의 적국으로 간주하는 나라가 어디인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하겠다.

 

우선, 냉전시대의 가상 적국은 말할 것도 없이 소련이었다. 그 후, 소연방의 해체와 더불어 새로이 등장한 가상 적국은 중국, 그 다음이 북한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는 바꿔 말해, 결국 현재 일본 정부가 가장 크게 염두에 두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대상 지역은 한반도가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일본만의 독자적인 판단은 아닐 거다. 큰 틀에서 봤을 때, 미·일 군사협력 체제와 미군의 세계 방어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

 

일본은 미국의 기지국가에 불과하다. 패전과 동시에 미·일 관계는 앞서 설치는 쪽과 뒤를 봐주는 쪽으로 결론이 났기에 그렇다.

 

나는 개인인적으로 일본의 평화헌법이 일본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자주적 헌법일 것이라는 견해에 적극 동조한다. 일부의 일본헌법 개정론자들은 당시 맥아더 사령부의 강압에 의해 굴욕적으로 만들어졌으므로 자주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종전을 위한 협상에서 일본을 거의 속국처럼 만들어 놓은 미국 정부가 굳이 일본의 평화헌법 제정에 적극적이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지금도 미국 정부의 진정한 속내는 조속한 평화헌법의 개정으로 군대보유가 가능한 일본을 만들어 미·일 군사 안보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라 판단하기에 더욱 그렇다.

 

일본과의 지나간 과거사 문제부터 영토분쟁, 나아가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문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미국의 입김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한·일관계의 현주소다.

 

말해 무엇 하겠나? 대한민국 내의 친일문제 해결 역시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도 절대 지나친 억측이 아니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한·미관계가 미·일관계 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역시 아주 난망한 문제다. 경제력으로 보나, 기술력으로 보나, 인구면으로 보나, 말 잘 듣는 것으로 보나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미국의 제1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햇볕정책과 대북협력 정책이 몹시도 그리운 이유가 말이다.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 유시민 저, 돌베개』에 나오는 노무현대통령님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말씀 한두 구절씩만 인용해 보겠다.

 

먼저,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말씀이다.

 

"남쪽 사람들이 좀 자주성이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자꾸 비위 맞추고 다니는 데가 너무 많다. 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자주성이 없다 하면 너무 인격 모독하는 것 같은데, 좋게 보면 눈치 보는 데가 많고, 우리 입장에서 보면 자기 주견대로 말을 못 하는가, 이렇게 내가 생각했습니다."

 

이어서 노무현대통령님 말씀.

 

"자주의 문제를 많이 제기 하시는데, 영국 토니 블레어 자문을 하는 기든스가 영국이 미국에 너무 의지하지 말고 좀 자주적으로 가라. 유렵을 중시하라. 이렇게 조언을 해 놓은 것을 봤습니다. 영국도 보기에 따라 자주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 수준으로 올려버리면 세상에 자주적인 나라가 북측에 공화국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덜 자주적인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우리가 미국에 의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친미국가 입니다. 객관적 사실입니다. (중략) 그래서 난 시간이 좀 필요하다. 점진적인 자주로 가자. 김대중 대통령이 들어서시기 전까지는 점진적 자주에 대한 의지도 없었습니다."

 

또 다른 논의 중에 하신 노무현대통령님의 말씀.

 

"우리가 선진강국이 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하고 적대관계, 관계정상화 풀어야 하고요. 일본하고도 아니꼬워도 문제를 풀고 가야 합니다. 남북이 말하자면 완전한 협력관계에 들어서고 북측이 국제관계에 들어서고 나면 쫓아내지 못하거든요. 지금은 세게 하면 고립이 되지만, 자리를 잡고 난 뒤에 세게 하면 자주가 되거든요. 자주가 고립이 아니라 진짜 자주가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노무현대통령님의 비극적인 짧은 생은 어쩌면 저런 사고(思考)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단히 불안한 자주론으로 읽혔을 수도 있는 말씀이라 사료되기에 그렇다. 그래서 아마도 국내외적으로 많이 외로우셨을 거다.

 

긴 말 필요 없다. 우선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의 확고한 평화에 대한 의지다. 그리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일이다.

 

통일? 그것은 그렇게 서로 협력하여 남과 북의 경제규모가 비슷한 수준까지 향상되고, 사람간 인적 교류도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에나 얘기될 수 있는 문제다.

 

지금은 통일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평화와 신뢰구축 그리고 협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 시급한 당면 과제다. 통일은 잠시 접어 둬라.

 

우리가 힘을 기르는 일을 게을리 하고, 허구한 날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나 하고 있는 이런 현실에서는 결코 한반도의 독자적인 힘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막아낼 도리가 없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확신한다. 30년 후에도 이리 살텐가?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