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3. 8. 15. 13:10

오늘은 광복절이자, 패전의 날이자, 승전의 날입니다. 누구에게는 승리가 누구에게는 광복이 되었고, 또 누구에게는 패전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얄궂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주체가 서로 다르다보니 역사의 실타래는 제대로 풀리지 못하고 꼬일 대로 꼬인 채, 지금 여기까지 와 있습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합니다만,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직접 목도하고서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오늘 우리의 현실입니다.

 

2001년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해 8월 15일. 바로 오늘이지요. 뭐, 일본이라고 해서 다 전쟁광들만 사는 곳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을 다들 패전의 날로 인식하는 것만도 아닙니다.

 

다시는 불행한 전쟁의 역사를 만들지 말자는 제대로 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도 일본 인구의 반 이상은 됩니다.

 

그날, 저는 아는 선배와 의기투합해 달랑 둘이서 200명 남짓한 '평화유족회' 회원분들의 거리행진에 함께 했었습니다.

 

지금 기억으로는 도쿄 요츠야)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반전평화 집회를 한 후, 이곳을 출발해 야스쿠니(靖国) 신사까지 약 2km 정도를 걸었던 것으로 생각이 드는군요.

 

목에는 커다란 샌드위치 판넬을 걸고 - 앞뒤로 안티조선 및 평화염원 메시지를 담은 사진과 글을 장식 그 행렬 중간쯤에서 함께 했습니다. 국내의 친일문제와 일본의 침략전쟁을 동시에 비판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그 판넬을 목에 건 채 함께 행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참 열혈 청년이었습니다.^^

 

사진이라도 한 장 첨부하고 싶은데,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인지 그때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시위 중인 일본 우익을 찍은 사진 몇 장이 남아 있더군요.

 

위에 있는 사진에 보시면 버스에 일장기와 현수막을 걸어 놓고 우익 사상을 전파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아마 그때 야스쿠니 주변에서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敬神尊皇(경신존황)이라는 글자가 눈에 띕니다. 저게 바로 일본 우익의 중심 사상이지요. '신을 공경하고 일본왕의 가문인 황실을 높이 받든다'는 의미인데, 저기서 말하는 신이란 불교도 기독교도 또는 여타의 다른 종교의 신도 아닌 일본만의 독특한 신도로서의 신을 뜻하는 것으로 신사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왕인 천황이 저들 사고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날 야스쿠니 신사 주변은 온통 일본 군복과 일장기, 그리고 욱일승천기 일색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 청년들이 무리를 지어 옛 일본군 복장을 하고 행진하는 모습에서 저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한심스럽지요.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닌지도 모른 채, 저러고들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말입니다.

 

더는 오래 있고 싶지 않아 바로 야스쿠니 신사를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아는 일본 지인과 함께 야스쿠니를 다시 방문해 제대로 둘러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 방문기는 이곳을 클릭하시면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민주당 국회의원 일행이 야스쿠니를 찾았더군요. 잘한 일입니다. 더럽고 냄새난다고 해서 모두들 피하기만 해서는, 길거리의 오물은 절대 치워지지 않습니다. 대청소라도 할라치면 내 몸 또한 더럽혀져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한일관계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제 개인적인 소신입니다.

 

그 누가,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전쟁은 분명 죄악입니다.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상식이 되는 그런 날을, 해방의 날인 오늘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야스쿠니신사 유슈칸(遊就館)에 초대 합니다

 

☞ 야스쿠니 A급 전범 분사론

 

☞ 주일미군을 동아시아조약기구(EATO) 군(軍)으로 대체하자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