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3. 8. 21. 20:30

오늘자 일본 신문들을 보니,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전격 실시하기로 했다고 하는군요.

 

물론, 가계소득을 고려해서 지원하겠다고는 합니다만 그 소득액이 우리 돈으로 환산했을 때, 가계 합산 연 1억 원 이상인 가정은 무상교육에서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립 고등학교는 전액 무상으로, 사립 고등학교는 장학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이게 오히려 교육 격차를 더 벌릴 수도 있다는 반론을 제기해 사실 그동안 주춤했던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5년부터 실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이 되다가 사립학교와 국민들의 요구로 1년 앞당겨 내년부터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이 전하는 배경입니다. 참고로 일본 공립 고등학교 수업료가 연간 약 12만 엔(한화 130만원) 정도, 사립이 약 25만 엔(한화 280만원) 정도로 거의 2배 가까운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 못지않게 뜨거운 교육열을 자랑하는 나라이다 보니, 명문대학 선호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고교의 무상화가 오히려 교육의 질을 하향 평준화 시키게 되고, 결국 돈 많은 가정의 자제들은 그 돈으로 학원을 다니거나 아예 특수목적고에 진학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는 비판 또한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기는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고교 무상교육에 반대한다는 이러한 관점은 주로 보수진영에서 내 놓는 우려를 가장한 딴지걸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들의 속내는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아닌 자신의 재력과 능력 만큼의 자유, 그게 바로 그들의 진심인 것이지요.

 

우리식 표현으로 특수목적고라는 명칭을 썼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중고일괄교'를 그 하나의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도쿄대학 입학생의 상당수가 공립이나 사립 중고일괄교 출신들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학 명문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고일괄교는 말 그대로 중등과정 3년과 고등과정 3년, 총 6년을 중간에 졸업이라는 형식을 거치지 않고 한 곳에서 쭉 공부하게 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아무래도 체계적으로 6년간 입시준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니 대학진학 실적도 좋을 수밖에 없을 테고 말입니다.

 

또한 사립 중고일괄교의 경우, 예를 들면 와세다대학 부속 중고일괄교의 학생인 경우 특별전형 방식으로 와세다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기 때문에 사립명문대학 부설 중고일괄교의 인기도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목고와 외고라는 이름을 달고 명문대학 입학의 수위를 점하고 있는, 오늘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흡사한 모습이지 않습니까? 결국,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계층 간 격차 즉 10대 90의 사회, 그 간격은 더욱 멀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문제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해서, 가난한 학생들에게 평등한 배움의 기회를 주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한다거나, 돈이 없기 때문에 굶주린 배를 채울 수가 없다고 하는 이런 원초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사회적 과제라 여겨집니다.

 

여하튼, 부럽습니다. 정말로 부럽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무상급식 하나 가지고도 재원이 있느니 없느니, 하느니 못하느니 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 참 부끄럽게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