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감 상2010. 6. 19. 01:35

욘사마의 '겨울연가'를 계기로 우리 문화가 일본에 소개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한류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일본 사회에는 이러한 한류 붐을 한낱 이상(?) 현상 정도로 치부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부끄러운 아줌마 부대라는 둥, 일시적 현상이라는 둥의 이유를 대면서 말이지요.


그때는 제가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던 때였고, 또 KBS와 EBS 일본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때라 욘사마를 포함한 한류 관련 소식도 꽤나 여러 번 리포트 한 기억이 납니다.


가장 대표적이었던 게 욘사마 일본 방문 관련 내용으로 영국의 축구 영웅 베컴이나 할리우드의 대표적 미남배우 톰 크루즈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보다 더 많은 팬들이 나리타공항으로 마중 나왔다는 소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소식을 전해 듣는 한국의 청취자 분들 뿐만 아니라 전해드리는 저 역시 아주 기분 좋았던 뉴스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잠시 한류가 주춤하는 틈을 타고 한류의 종말론이 하나 둘 나돌기 시작 했습니다. 그래서 또 그와 관련한 내용을 가지고도 몇 번 방송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말씀 드렸습니다.


"지금도 일본 사회에서 한류 붐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단지, 한참 한류 열풍이 거세던 때와 비교를 하면 지금은 많이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사실 한류 열풍 초창기 때는 언론도 그랬구요. 또 팬들도 그랬구요. 마치 어린애들 같았거든요.


뛰어다니고 난리치고 그랬는데, 이제는 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들이 일본 사회에서 이제 한국 문화가 일상화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씀 드려도 결코 과언이 아닐 거라고 봅니다.


비슷한 예로요. 미국의 할리우드 문화가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지만,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이게 할리우드 문화구나라고 느끼면서 살지 않거든요. 알게 모르게 그렇게 할리우드 문화가 우리사회에 침투해 있듯이 이제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일본사회 속에 녹아들어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제는 한류가 대중문화 유행의 단계를 지나서 일본 사회에 하나의 사회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한류의 모습은 많은 일본인들의 뇌리 속에서 한류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치를 먹으면서 한국을 생각하고, 대장금을 보면서 한국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먹거리와 드라마로 김치와 대장금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한류는 완성되는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마치 우리가 자장면을 먹으면서 중국을 생각하지 않고,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미국을 생각하지 않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올림픽 홀에서 있었던 김건모 콘서트를 보고 왔습니다. 요즘은 가수들 콘서트도 볼거리와 스케일이 장난 아니게 엄청나더군요. 저도 10여 년 전에는 직업적 특성상 콘서트나 뮤지컬 공연들 꽤나 본 것 같은데요.


물론, 그때는 주로 소극장 위주의 공연이 주를 이루기는 했습니다만, 그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해 있더군요. 놀랐습니다.


뭐,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구요. 콘서트 중간에 가수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는 대여섯 팬들 중에 일본 분들도 두 분이나 계시더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담은 선물까지 준비한 것을 보면 아마도 김건모 공연을 보시기 위해서 일부러 일본에서 오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맞겠지요?


그분들을 보는 순간, 바로 이게 한류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류의 초창기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흐르는 물처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모습으로 그렇게 존재해 주는 그들이 바로 한류의 본 모습인 듯싶었습니다.


한류가 한 물 갔다 아니다가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정말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를 쉼 없이 개발하고 만들어 내려는 노력과 지원 아니겠습니까?


그것이야말로 한류를 지속 가능하게 해 줄 최대의 비결이 될 것입니다.
한국 것이라서 더 특별하다거나, 한국 것이라서 재미없어도 봐 준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