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9. 3. 21. 21:13

며칠 전 모 연구모임에서, 선생님께서 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고민거리 세 가지를 던져주셨다. 같이 고민해보자는 취지의 말씀이었기에 나도 내 나름의 생각을 이 지면에 옮겨 보고자 한다.


첫째, 안보와 통일을 분리해서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함이 옳지 않겠는가? 이와 관련해서는 참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는, 논쟁거리 중 하나일 텐데, 그 문제의 핵심을 약간 벗어나서 좀 더 현실적인 질문으로 나는 이런 제안(물음)을 하고 싶다. ‘평화체제 한반도와 한(반도)미동맹은 상호 양립 가능한가?’ 물론, 나는 가능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한미 간 공통의 이해에 기반을 둔다. 우선, 동북아시아 한·중·일 삼국의 힘의 균형이란 측면에서 그렇다. 이는 평화담보의 또 다른 표현이다. 또한, 동북아시아의 힘의 균형을 통한 평화유지는 동북아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넓게는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 평화에도 기여한다. 중국의 팽창전략(일대일로)을 억제함은 물론 일본의 잠재적 군사대국화를 견제할 수 있기에 그렇다. 동북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았던 과거를 회상해 보라. 전쟁과 조공과 식민지가 있었다. 동북아시아의 힘의 균형론은 미국 패권전략이 지향하는 바이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이기도 하다.


둘째, 북의 개방에 앞서 사업할 수 있는 시장인프라의 구축이 절실하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문제보다 선행해서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과제가 있다고 본다. 바로, 북의 개방은 어떤 형태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해답 찾기가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모델이니 베트남 모델이니 말들이 많은데, 정말 북이 생각하고 있는 개방이 그런 형태의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에 그렇다. 나는 북의 개방 형태가 자본주의적인 것의 그대로의 접목은 아닐 것으로 본다. 즉, 무한 축적과 (생산수단의)사적소유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그대로 북한에 이식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과연 북이 (인민들의)노동력 착취를 통한 잉여가치의 생산이라고 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그대로 받아드릴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협동조합 형태의 방식 또는 자본과 운영의 분리와 같은 방법을 통한 투자형태, 그런 것들 중 어떤 것을 떠올리곤 한다. 물론, 아직 손에 확 잡히는 뭔가가 있지는 않다. 전문가들의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다. 단, 많은 분들이 개성공단의 예를 들어 그런 방식의 교류협력을 주장하시곤 하는데, 개성공단은 북에 대한 경제제재가 극심하던 당시에 과도기적 수단으로 행사되던 특수한 예라고 본다. 그것을 일상적·국가적 개방에 들어간 새로운 조건 하의 북에 그대로 다시 적용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그래서 쉬이 수긍되지 않는다.


셋째, 우리의 통일정책과 관련해서 통일관, 통일논의, 통일정책으로의 일련의 흐름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문제제기였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이게 자연스럽게 되어야 비로소 정책의 일관성 아래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집행이 가능하게 된다.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대북정책이 180도 달라지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더욱 절실한 과제이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그동안 한국 사회를 관통하던 '반공' 우선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1991년에 개정이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살아있는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국가보안법 제7조)라는 올가미(?) 같은 것이 있어 활발한 논의에 장애가 되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참 민감한 문제이다. 물론, 국가보안법의 입지는 최근 들어 상당히 축소되는 추세이기는 하다. 대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국보법 위반 입건수가 2013년 129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2016년부터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로 작년에는 20명이 입건되었다. 기소율 또한 2015년 63.3%였던 것이 작년에는 30%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하지만 지금도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 심지어는 정치권에서조차 색깔론을 정치무기화 하는 - 반대세력을 향한 사형 언도와도 같은 '빨갱이'라는 그 한 마디는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시퍼렇게 날선 비수와도 같다. 그 예리한 칼끝을 피해갈 재간이 없기는 지식인이나 정치인이나 매 한가지다. 그러니 논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상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절실한 현 정세 하에서 전문 연구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고민거리의 일단들이다. 더 많은 공부와 연구가 필요함을 느낀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