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9. 6. 17. 09:12

요즘 중화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홍콩에서 시발된 중국정부에 대한 반발 분위기는 대만으로 옮겨 붙고 있는 양상이다. 이것이 중국 본토에는 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나비의 미세한 날갯짓이 날씨에 변화를 일으키듯 홍콩에서 시작된 작은 혁명의 불씨가 거대 중국 본토와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지, 또 그것이 우리에게는 어떤 작용을 할 것인지, 다방면에 걸쳐서 그 파장이 만만치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큰 관심사는 중국정부의 대응이다. 이번 시위의 핵심 쟁점이었던 ‘범죄인 인도 법안’은 보류되었다고는 하나 중국정부가 이 정도에서 끝내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이 크게 타격을 받게 되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마무리를 어느 선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고자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중국 정부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임으로 일단락을 짓는 방법이 하나 있다. 하지만 이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중국정부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홍콩에서 밀리면 대만과 본토에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경계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드는 이유가 말이다. 어떻게든, 무력으로라도 진압을 목표로 한 강경책을 쓸 여지가 남아 있음을 뜻한다.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강경 진압의 경우 상당한 희생자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평화적 해법은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경우의 수다. 100만의 시민이 모이기만 하면 요구가 관철된다는 믿음이 자칫 본토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영감' 같은 것을 줄 수도 있기에 그렇다. 이미 천안문사태를 경험하지 않았는가.


중국 본토로까지 전선을 넓히느니 차라리 홍콩에서 끝내고 싶은 게 중국정부의 속마음일 수 있다. 한 마디로 본때를 보여주는 전략 같은 것이다. 홍콩 국민들에게는 재앙이다.


다음은, 미국정부의 입장이다. 그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사실,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경쟁과 다툼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내부의 동요다. 그것은 도시와 지방의 갈등일 수도 있고, 빈부의 차에 의한 계급의 반발일 수도 있고, 민족별 독립 요구일 수도 있고, 공산당 정부에 대한 저항 혹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일 수도 있겠으나 어찌 되었든 절대 피하고 싶은 경우가 내부의 반발이다.


이런 중국정부의 아킬레스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미국정부가 이런 호재를 그냥 넘길 리 만무하다. 지금은 무역전쟁을 넘어 패권전쟁 중이다. 힘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넝쿨째 굴러 들어온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미국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나비효과가 뚜렷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사에서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현상들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정세가 세계사적 격변의 한 가운데에 놓이는 현실이 그렇다. 게다가 점점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세계사의 흐름이 유럽(서구)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탁함이 밀려온다. 어서 빨리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이 격동의 틈바구니 밖으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를 힘의 독자적 세력권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패권세력(미·중) 간 다툼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지 않는다.


백 년 전 그때처럼, 또 다시 거대한 괴물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덤벼들고 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