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1. 7. 14. 21:42

역지사지란 말이 있습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고사성어 입니다. 좋은 말입니다만, 개인적인 욕심이나 사심이 개입되는 순간 역지사지의 정신은 무너져 버리게 됩니다.

 

결국은 신뢰와 배려라는 기본적인 바탕이 조성된 위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누군가 배려는 인간사회를 소통시키는 연결 고리라고 표현하더군요. 이게 비단 인간사회 뿐이겠습니까? 국제간 관계에서도 신뢰와 배려는 외교의 기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힘만 믿고 군사력으로 밀어붙이는 몇몇 나라는 빼고요.

 

쭉 돌이켜 보면, 이 정부 들어 크게 문제가 되었던 한·일간 갈등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양국간 신뢰와 배려가 남다르기 때문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난 노무현 참여정부를 보자면 한·일간에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나간 과거사에 대한 추궁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정상외교를 한다 못한다에 이르기까지 정말 갈등과 갈등의 연속이었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진행되어 가는 것이 옳다고 봤습니다. 항상 수세적 입장에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나 독도 망발, 야스쿠니 참배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잠깐 시끄러웠다가 바로 식어버리고마는 방식으로는 문제해결이 요원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들보다 먼저 우리가 잘못된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서 바로 기술하고, 독도의 영유권을 공고히 하고, 야스쿠니 신사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가 무엇인지를 우리 대통령과 관료 그리고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문제제기 하는 즉, 공세적 입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님께서는 한일관계에서 만큼은 양보가 없으셨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강경하고 당당하게 갈등을 만든 후, 이를 손수 풀어가려는 의지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일본의 언론과 일본 정부가 했던 모법 답안 같은 말이 있었습니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님의 의도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국내용 쑈라는 주장이 그것이었습니다.

 

물론, 당시 이런 논리에 기름을 부어준 것이 일부 국내 보수 언론들이었습니다. 정치적 지향점이 다소 다르다고 해서 국익에 해가 되는 그릇된 주장마저 서슴지 않고 자행함으로써, 이 주장을 다시 일본정부와 언론이 역이용하며 마치 이게 진실인양 일본 국민들에게 선전되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한국 정부의 대일 강경정책은 대부분이 인기회복을 노리는 노무현 정부의 국내용 쑈로 치부되곤 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 역시 바닥을 기고 있었기 때문에 이 논리는 그럴듯하게 포장될 수 있었습니다.

 

한일관계가 처음으로, 비로소 제대로 단추를 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국내 여론이 받쳐주지 않으면서 실패로 끝나버리고만,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게 생각하는 지난 일 가운데 하나 입니다.

 

그런데 이제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그들이 과거에 했던 그런 주장을 그대로 듣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외무성이 대한항공 비행기가 독도상공을 시험 비행했다는 것을 빌미로 대한항공 이용 자제령을 일본 공무원들에게 내렸다고 하는군요.

 

그러자 일부 우리나라 언론과 정부 관계자가 이러한 일본측 주장을 지지율이 떨어져 있는 칸 나오토 정부가 인기 회복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 놓은 일본 국내용 쑈라고 폄하(?)하고 나선 것입니다. 현재, 칸 나오토 내각 역시 지지율이 바닥에 찰싹 붙어 있거든요.

 

웃기는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우리의 이 주장은 맞다고 봅니다. 일본 외무성이 저러는 것은 일본 국내용 퍼포먼스 맞습니다. 왜냐하면, 저들은 1945년 패망 이후 지금까지 저런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군국주의의 불씨를 살렸고 마침내는 군사대국으로 되돌아가버렸기 때문입니다.

 

북한 위협론, 주변국과의 영토분쟁, 역사왜곡이 저들이 저지른 우민화 · 우경화의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저들에게 "뻥으로 흥한 자, 뻥으로 망한다"는 진리를 말해주고 싶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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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