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시 사2011. 11. 20. 12:08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어두컴컴한 동네 어귀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누군가의 장난으로 같이 놀던 친구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나만 홀로 남겨졌음을 알게 되었을 때 찾아오는 무서움.

동무들끼리 밤그림자가 깔리기 시작하는 동네 뒷산을 누가 먼저 오르나 내기를 하고 힘껏 달려올라 가다가 산 정상쯤에서 아래쪽을 내려다 보지만 친구들의 인기척조차 들려오지 않을 때 밀려오기 시작하는 두려움과 배신감.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음직한 유년시절의 추억 한 토막입니다. 하지만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 마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이런 공포감은 꼭 어린 시절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듯싶습니다.


오늘은 한국 정치사에 상당히 의미 있는 하루가 될 전망입니다. 야권 소통합(진보통합당)과 대통합(민주통합당)이 동시에 성사되는 경사스러운 날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전, 오전 11시 30분에는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진보신당에서 떨어져 나온 통합연대 인사들이 새로운 진보 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에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시민 · 노동단체들이 참여하는 야권 통합을 위한 연석회의가 또 준비되어 있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일각에서는 야권 통합 연석회의에 진보 정당을 추구하는 세력의 불참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기도 합니다만, 무조건 섞어 놓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점에 비춰 봤을 때 야권이 2개의 정당으로 분리되어 건전한 경쟁을 통한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건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지난 열린우리당의 실패 경험이 이런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잡탕식 섞어찌개로는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없으므로 부대찌개에는 부대찌개에 맞는 재료를, 김치찌개에는 또한 그에 맞는 재료를 넣는 것이 요리의 기본이 됨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지역적 · 정서적으로 35% 라는 묻지마 지지층을 갖고 있는 거대 여당에 맞서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라는 대업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총선 연합 및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 역시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사항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낸 연합체는 과거와 같은 오류를 절대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정당한 절차와 논의 끝에 연합으로 뽑아 놓은 후보를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오리려 큰 소리 쳐대던 일부 정치인들의 뻔뻔함과 오만, 우리라는 마음으로 한참을 함께 달려가서는 정상쯤에 다다르자 이유 아닌 이유를 들어 은근 슬쩍 발을 빼 버린 채 비난에만 열중하던 소위 진보 먹물들의 독선적 작태.


결국, 그와 같은 우리들의 오류가 오늘 이 정부를 탄생하게 만든 일등 공신은 아니었는지 겸허하게 반성하는 것을 야권 연합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두 번 다시 과거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故 노무현 대통령님께서는 집권 초기에 많이 힘들고 두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민주주의의 발전 ·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건전한 사회 구현을 위해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동지들은 하나 둘 떠나 버리고,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 나만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을 때 찾아오는 두려움과 배신감, 어쩌면 참여정부 혼란의 단초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입니다. 연대가 되었든, 연합이 되었든 끝까지 결과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 책임 의식과 상호 신뢰는 무엇 보다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연대와 연합의 목적은 단 하나 '닥치고, 정권 교체' 라는 대의로 모아져야만 합니다.


누구를 위한 정권 교체? '나' 라고 하는 소수의 목적 달성식 정권 교체가 아니라 '우리' 라고 하는 보편적 국민 다수의 행복을 담보해 낼 수 있는 정권 교체로 말입니다.

복지가 물처럼 흐르고, 더불어 잘 사는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이 땅의 야권이여 단결하라!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