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1. 6. 1. 16:29

점심 맛나게 먹고 들어와 뜬금없이 행복 타령이냐고 타박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


사실, 갑자기라기 보다는 인터넷 좀 하면서 신문 기사를 보는데 '90학번 이후 세대-가정과 일 모두 포기 못해'라는 글을 봤습니다. 학번은 제가 좀 앞서기는 하지만 혹시 내 이야기를 하나 싶기도 하고, 내 생각과도 너무 비슷해서 찬찬히 읽어 봤는데 내용은 제가 기대했던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에는 찬성을 하지만,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못 합니다. 한 개인, 한 사람의 노동자,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주어진 책임량을 완수함에는 최선을 다해야 하지요. 즉, 주어진 노동시간에 맡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에 잔업까지 밥 먹듯이 해도 끝나지 못할 정도의 노동량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타인의 몫으로 돌려야 합니다. 다른 동료에게 넘기든가, 한 명을 더 채용해서 그 일을 맡겨야 함이 옳다는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 새벽 6시에 출근을 해서 어른(사장)이 보실 신문 요약한 후, 보고드릴 그날 일정 챙겨 놓은 채 하루를 시작하면 밤 12시나 되어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또 가끔은 주말에도 직장에 일을 보러 나가야 했다는 이런 이야기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 들으면 정말 화가 납니다. 사람이 일하는 기계입니까? 만약, 제가 오너였다면 그렇게 못하게 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직장생활 하는 것을 꺼렸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시간 가리지 않고 과하게 열심히 하셨기 때문에 성공이라는 위치에 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행복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본인 스스로가 일하는 기계로 만족하고 싶다면 그렇게 살아라. 단, 결혼도 하지 말고 혼자 살면서 기계로 살아라 라고 말입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사는 가족들은 뭔 죄가 있습니까? 가정이 잠만 자고 가는 여관은 아니잖습니까?


이렇게 말씀 드리면 배부른 소리한다고, 철없는 녀석이라고 나무라실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는 게 사회라는 것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회라는 것도 알고 보면 우리가, 인간이 만들어가는 공동체일 뿐입니다.


우리 개개인이 노력하고, 바꿔가려는 의지만 있다면 인간다운 삶도 결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더 이상이 자유로운 거동조차 가능하지 않을 때, 또는 몸에 병이 들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때, 공부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가 돈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만이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사회복지의 전부는 아닙니다.


일과 업무에 억눌리지 않고, 직장과 돈에 얽매이지 않고, 젊고 건강할 때 행복한 삶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배려해 주는 것 역시 국가가 해야 하는 복지의 한 측면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는 사람과 정당을 선택하고, 서로 노력해 간다면 그런 사회는 만들어 질 수밖에 없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는 이런 이유로 다소 진보적인 정당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그런 뜻을 갖고 있는 인물과 정당에게 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합니다.


그들이 그 일을 하기 위한 시행 방법과 재원 마련 대책 등은 유권자인 우리가 걱정할 부분이 아닙니다.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과 정당에게 일임하면 됩니다. 그리고 결과를 보고 실천을 했고 만족스러웠다면 다음에 또 내 한 표를 그들에게 주면 되고, 말로만 번지르르한 빈 공약이었다면 두 번 다시 그들에게 표를 주지 않으면 됩니다.


이게 바로 대의제라고 하는 정치제도잖습니까. 유권자인 국민 개개인의 역량이 모든 것을 다 알고 만들어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으므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과 그들의 집단에게 국가 경영을 위임하는 것,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게 바로 이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인 우리가 재원 마련을 걱정하고, FTA를 공부하고, 심지어는 헌법까지 연구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겐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위임해 놓은 그들의 능력이 부족하여, 아니 우리가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잘못 뽑아 위임시켜 놓은 죄로 그런 헛고생을 했던 것이라고 반성해야 합니다.


사실, 행복이란 물음에 처음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던 건 제가 일본에서 공부할 때 아니었나 싶습니다. 학교 공부를 마치고 저녁 늦게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할 때면 빈자리가 없을 만큼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잠을 청하고 있더군요. 일본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참 활발한 나라다보니, 나쁘게 표현하면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는 사회다보니 연령에 관계없이 많은 주부들이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잠들어 있는 분들 가운데는 주부로 보이는 분들도 꽤나 많았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도 점점 이런 사회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에 찬성을 합니다. 단, 일하고 싶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라는 단서는 달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생활(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갖아야 하는 그런 현실에는 반대합니다. 이건 국가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쨌든 그렇게 잠들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도대체 사람이 산다는 게 뭘까?" 그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저들이 집에 도착하면 얼추 11시쯤이 될 테고, 씻고 뭐하고 나면 12시, 그럼 바로 잠자리에 들어야 다음 날 아침 6시에는 일어나 또 출근 준비를 할 수 있겠지. 가족이라고 얼굴 한 번 제대로 마주칠 시간조차 없겠구나"


비단 일본뿐 아니라 현재 우리 주변에도 아마 많은 분들이 이렇게들 살고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못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점만은 다들 알고 있지 않습니까?


행복, 그건 어쩌면 우리들 손 안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