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1. 6. 14. 11:02

금의환향. 개천에서 난 용들이 용이 되었음을 만천하에 고하는 의식을 연상케 하는 이 고사성어는 오랫동안 우리네 가슴을 설레게 하며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개천에서는 용은 커녕 미꾸라지 조차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 되면서 부익부빈익빈 사회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는 요즘입니다.

 

성공의 상징이라고 하는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학생의 반 이상이 부자 동네에 사는 부자 부모를 둔 학생들이라는 사실이 더욱 씁쓸함을 자아내게 합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층간 차별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대를 이어 정치를 하는 국가의 국민들 의식수준을 의심해 보던 때도 있었습니다. 총리 출신의 자식이나 손자가 다시 총리가 되는, 국회의원의 자식이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아 또 국회의원이 되는 이런 일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나라.

 

그런데 이제 우리도 그런 사회로 가고 있는 듯 보이니 답답하기만 할 뿐입니다. 아마, 앞으로는 아무리 좋은 이상과 뜻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돈 없는 사람들은 정치를 하기 힘든 시대가 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더욱이 인간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정치에 입문하기를 꺼릴 것은 뻔한 일입니다.

 

이게 좋은 것이다 아니다는 차치하고,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돈은 없지만 뜻이 있고 결기가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젊은 피 수혈이라는 명목으로 꽤나 정치권에 입문을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크게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당의 지원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일들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적어도 그때만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정치를 하던 시대는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앞으로는 더욱 더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인의 후원금 역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하다고 하지요? 인기 있는 정치인은 후원금이 넘쳐 나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조차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돈 없는 사람들은 정치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좋은 이상을 지닌 많은 사람들을 정치라는 장으로 끌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일정부분 정치자금을 국가에서 보조해 주는 장치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예를 들면, 선출직에 출마해서 일정 정도의 지지를 받은 모든 후보자의 선거자금을 국가가 전액 되돌려 주는 제도로 현행 선거공영제를 보완하는 방안입니다. 더 나아가 당선 횟수와 재산 정도에 따라 의원 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으면 합니다.

 

사실은 좀 전에 인터넷을 통해 지난 주에 방송되었던 나는가수다 김범수 편을 봤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본 중에 김범수씨의 '님과 함께'는 나가수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정말 진화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게 만드는 감동의 무대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왕 할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요.

 

그걸 보면서 김범수씨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불현듯 떠 올랐습니다. 김범수씨 본인도 인정하기는 했지만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김범수라는 가수는 '가창력은 좋은 가수'로 그냥 그렇게 묻혀 살아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 김범수라는 용을 개천에서 건져 올려 준 것이지요. 그에게서 금의환향의 아름다운 장면을 보게 됩니다. 정말, 이런 일들이 심심찮게 이곳 저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사회, 누구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만 한다면 돈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자신의 꿈을 활짝 펼쳐보일 수 있는 그런 사회.

 

바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제가 꿈꾸는 세상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