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1. 7. 8. 10:23

어제는 일본에서 생활하다 지진 때문에 귀국하신 지인과 만나 이런 저런 대화의 꽃을 피우던 중에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자연스레 화제에 올라 간만에 즐겁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난 김에 재미 삼아 한 번 써 보겠습니다.

 

그분 말씀에 의하면 요즘 들어 일본 여성들에게 한국 남자들이 특히 인기가 있다고 하던데요. 그 이유가 한국 남자들의 자상한 면이 크게 부각되어서 그렇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다행히 그분도 일본 남자보다는 한국 남자가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해서 대화가 더 잘 통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다고 여기서 일본 남자보다 한국 남자가 더 매력적이라고 보는 이유를 구구절절이 적어 내려 가는 것은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또 이 글의 주제와도 맞지 않다고 생각되어 그 문제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일본 여성들이 한국 남자들에게 호감을 보이는 자상함이란 이런 것들이랍니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친구의 가방을 들어준다거나, 화장실에 간 여자친구의 가방을 들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준다거나 하는 것에 호감을 갖는 일본 여성들이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욘사마 붐이 한창일 때 일본 텔레비전에도 많이 나왔던 스토리입니다. 대여섯 명의 출연자들이 앉아있는 방송국 스튜디오, 서울 명동 거리를 비춰가며 데이트 중인 커플 중에 남성이 여성의 가방을 들고 가는 숫자를 세어가면서 감탄을 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압권이었던 것은 크기가 좀 있는 가방은 그래도 그러려니 하며 이해하는 듯 하다가, 남자가 여자의 작은 핸드백을 한 손에 든 채 손 잡고 걷고 있는 커플이 비춰질 때는 거의 모든 출연자들이 "어머나 세상에" "너무 부럽다"를 연발하며 자지러지던 장면 이었습니다.

 

, 그렇다면 개인주의적인 면이 강하다고 하는 일본인들이 이렇듯 상대에 대한 배려에 감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네 것은 네 것, 내 것은 내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한다면 자기 가방을 남자친구가 들어 주는 게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일 텐데 왜 그들은 여자 가방 들어주는 한국 남자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 비밀의 열쇠를 한 설문조사에서 찾았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공부할 때, 저는 한국 모 라디오 방송국 일본 통신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고정으로 맡고 있던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2주에 1회인가 일본의 핫 이슈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어, 원고를 작성하는 날에는 서점에 들러 몇 권의 시사주간지를 구입한 후 이슈가 될만한 꺼리를 찾는 게 일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주간지에 실린 기사 내용에서 한 참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설문 내용에 관한 기사였는데, 제가 봐도 좀 의외다 싶은 대답이 1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설문 내용 중의 하나가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일본 여대생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첫 미팅(소개팅)을 나갔을 때, 파트너의 행동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중 1위가 의외로 "첫 만남인데 그날 먹은 음식값을 각자 계산하자고 하는 남자"였다는 겁니다. 이해되십니까?

 

우리의 정서라면 이해 못할 것도 없는 내용인데, 이게 일본의 여대생들 반응이라는 사실에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그 기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런 대답이 나온 이유를 곰곰이 유추해 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그 기사는 제가 소개할 그날의 이슈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기사 자체도 짧았거니와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심심풀이용 내용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지금껏) 제 머리 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다소 의외의 내용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저는 이 기사의 이면에 있는 여대생들의 심리와, 앞에서 소개한 한국 남자들의 자상함에 매료된 일본 여성들의 심리를 동격으로 이해했습니다. 비록 네 것과 내 것을 철저히 구분하고, 먹은 것 조차도 각자 계산하는 저들 심리의 저변에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마음 같은 것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이해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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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