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1. 10. 5. 20:51

1985년 서슬 퍼렇던 시절, 청년 유시민은 자유와 민주를 향한 자신의 열정을 다음과 같은 한 문장에 담아 항소이유서를 마무리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불혹도 절반이나 지난 이 나이에 다시 들어도 가슴 뜨거워지는 말이다.

 

2009년 5월 29일,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 故노무현 대통령님 영결식 노제가 열렸던 서울 시청 광장 한켠에 나는 있었다. 유난히도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던 광장, 그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 나는 파묻혀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신 영구차가 광장에 진입하는 순간, 광장은 삽시간에 울음바다로 바뀌었다. 내가 서 있던 곳은 영구차가 지나가는 길에서 채 몇 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는 곳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영구차 행렬 가까이로 몸을 밀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길 가까운 곳에 있던 나는 앞뒤 사람들과 몸이 거의 밀착된 상태였다. 마치, 출·퇴근 시간 전철에서처럼 말이다.

 

그렇게 몸과 몸이 완전히 하나가 된 상태로 나도 울고, 앞 사람도 울고, 뒷사람도 울고, 옆 사람도 울고, 다들 서럽게 목 놓아 울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구차가 우리들 가까이에 왔을 즈음부터는 울음은 통곡으로 바뀌어 주변 사람들의 몸과 파도타기를 해야만 했다.

 

, 얼마나 슬피들 우시는지 울음 소리가 아닌 몸의 흔들림만으로도 나는 주위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의 정도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영구차가 인파 속을 뚫고 멀리 사라질 무렵, 벌게진 눈으로 돌아서려 할 때 나 역시 비로소 민망한 자신을 발견했다.

 

요즘, 정치권이 죽을 쑤자 재야에 묻혀있던 재야 고수들이 하나 둘 몸 풀기를 끝내고 정치권에 이름 석자들을 올리고 있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아직 그들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 보겠다는 비전조차 제대로 들어본 기억 하나 없긴 하지만 왠지 내편일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에 기대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한 편으로 이런 불안감이 드는 것 또한 숨길 수는 없다. 정치권의 죽 쑤기를 틈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이와 같은 재야 인물들의 대거 등장이 자칫 우리 정치를 미국이나 일본처럼 보수 양당체제로 전환시키는 불길한 징조는 아닐는지 하는 불안감이다.

 

전두환을 향한 분노의 화살로 자신의 명패까지 날려 버리셨던 바보 노무현 조차도 힘겨워 했던 사회변혁 · 정치개혁의 꿈을 온실 속 화초처럼 따뜻한 양지에 자리를 튼 채 햇볕바라기를 하고 있던 이들에게 기대한다? 물음표다. 나는 그렇다.

 

그날 그 광장에서 함께 목놓아 울던 이들이 몹시도 그리운 날이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