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1. 10. 20. 19:12

제가 궁금해 하던 문제가 학술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있는 과제였더군요.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이 "어째서 같은 한자를 한국과 중국이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게 이렇게나 많은가?" 하는 점이었는데요.

 

중국어 강사분도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중국에서는 그렇게 쓰고 있다는 말씀만을 하셔서 어디 마땅히 물어볼만한 곳도 없고 혼자서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자 연합뉴스를 보니, 이와 관련한 국제 학술대회가 영남대에서 있었다고 하더군요. 앞서 제가 궁금해 했던 부분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선에서 즉, 문제제기 선에서 논의가 끝이 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학자들도 그 이유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겠지요. 제가 일본어에 더해 중국어를 추가로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한자 한 자를 놓고 봤을 때,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의미로 쓰는 게 많고 오히려 한자 종주국이라는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한 · 일과 중국이 다른 의미로 쓰고 있는 한자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더군요.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중국에서 한자를 들여오는 과정에 약간의 변형이 이루어진 채 우리식 의미로 사용을 하다가 이를 그대로 일본에 전해주게 되어 그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북쪽은 우리나 일본과는 또 달리 중국과 비슷한 의미로 쓰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나오는 또 하나의 가설은,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에 유입된 일본식 문화의 영향을 들 수 있겠는데요. 여기에 더해 해방 이후 우리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 중에 한국 사회를 장악한 친일 학자 또는 일본식 교육을 받은 지배 엘리트 집단에 의한 일본식 표기가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져 왔을 것이라는 추론 또한 가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제가 언어학자도 아니고 그쪽 분야와 관련한 지식 역시 일천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일 수는 있습니다만, 한반도로부터의 문화 전래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본의 힘 있는 세력의 불순한 의도, 그리고 이 땅에 살며 친일이 골수에까지 박혀 있는 골빈 인간들의 사적인 기득권 보호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어 관련 연구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을 개연성 또한 크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어딘가에 중국과 구별된 한자의 의미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는 반드시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한 · 중 · 일 3국이 거의 비슷한 의미로 같은 한자를 사용하든가, 설사 다르게 쓴다 하더라도 중국과 일본이 같고 우리가 다소 다르게 쓰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아예 3국이 다 다른 의미로 쓰든가 말이지요.

 

어쨌든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한자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국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될것이라는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점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한자 지식이 중국어 공부보다는 오히려 일본어 공부에 도움이 더 되더군요.

 

우리는 상식적으로 한자를 많이 알고 있으면 중국어 공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을 하잖습니까? 그런데 막상 중국어와 일본어를 같이 공부해 보면 우리식 한자를 많이 알고 있어 유리한 쪽은 중국어가 아니라 일본어라는 사실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우리식 한자에 익숙한 분들은 일본어를 독해하고 하는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 세대는 중 · 고등학교 때, 일주일에 한시간 정도씩 한자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자가 그렇게 낯설지가 않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제가 일본어를 공부하기 전 이야기 입니다. 10여년 전, 어느날인가는 조카 녀석이 장난감을 하나 선물 받았는데, 아마도 일본에서 수입해 온 물건인 것 같았습니다. 주의사항이 일본어로 되어 있더군요.

 

장난 삼아, 조카 녀석을 앞에 앉혀 놓고 이 장난감을 갖고 놀기 전에 알아야 할 주의사항을 알려주마 라며 장난감 포장지에 적혀 있는 일본어를 우리말로 해석을 하는데 거의 해석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 뻔하지 않겠습니까? 불 근처에 두지 말 것, 어린아이가 입에 넣지 않게 할 것 등으로 기억이 됩니다. 불(火), 근처(近), 두다(置), 입(口), 넣다(入) 등 전부 쉬운 한자로 쓰여져 있으니 약간의 일본어 지식만 있다면 그럴 것이라고 유추해서라도 어렵지 않게 해석은 됩니다.

 

그런데 중국어는 다르더군요. 그렇게 한자를 우리식 의미대로 유추해서는 해석이 되지 않습니다. 한자 의미의 쓰임새가 우리(한국 · 일본)와 다른 게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 기사로 인해 제 궁금증은 누군가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자분이 연구를 통해서 풀어주지 않는 한, 미해결인 채로 넘어가게 생겼다고 봐야겠지요?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일본이나 중국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쪽 분야를 연구 테마로 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꽤나 괜찮은, 아주 의미 있는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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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