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1. 9. 29. 19:40

축구 경기에 등장한 플래카드 하나가 한 · 일 양국간에 뜨거운 이슈가 된 듯 합니다. 한 축구팬이 응원석에 걸어 놓은 '일본 대지진을 축하합니다'란 문구가 문제의 발단입니다.

 

지난 27일, 2011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 전북과 일본 세레소 오사카팀의 경기가 열린 경기장 응원석 한 쪽에 걸어 놓은 이 플래카드를 일본 기자들이 찍어 기사화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전북팀은 사과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일본쪽에도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적절한 조치로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것을 걸어 놓은 축구팬을 경찰에 고발하여 법적 처벌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는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리고 그 젊은 서포터즈 청년 역시 몰랐을 리가 없었겠지요? 자연재해라는 대재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다치고, 집을 잃고 했는데 그것을 고소해 할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는 당연한 이치 말입니다.

 

글쎄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인지상정 같은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그 플래카드를 걸어 놓은 젊은 축구팬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청년의 마음 한 켠에는 일본의 행태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 같은 것이 짙게 배어 있었을 겁니다. 역사문제 · 독도문제 · 교과서문제 등 산적히 쌓여 있는 과제 앞에 일본 정부는 애오라지 그런 일은 없었다며 오리발만 내밀고 있으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군들 그렇지 않겠습니까?

 

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의 감정 표출에 상대의 불행을 이용하려 했다는 점은 분명 비난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비록, 대지진으로 인한 희생자 개개인의 아픔을 담은 것이 아닌, 보편적 관점에서의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성 메시지 글이라 해명하고자 하더라도 오해의 소지는 다분히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뻔뻔스럽게도 "위안부는 없었다", "식민지배로 조선은 근대화 되었다" 라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로 우리의 부모형제를 욕보이고 있으니, 우리 역시 똑 같은 뻔뻔함으로 저들에게 울트라 빅 엿을 먹이는 게 뭐 그리 나쁠 것이 있느냐고 반문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인간 된 도리로 자제할 것은 자제함이 옳다고 봅니다.

 

이런 인간적 도리에 비추어 봤을 때,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다소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임으로, 더 이상 확대 해석하여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드리려 하지 말고, 구단과 당사자가 사과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제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종합해 봐도 국민 정서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일로 일본국민이 겪었을 아픔을 생각하면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