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현재/일 상2010. 6. 18. 20:44

사람은 누구에게나 크든 작든 간에 자신이 꿈꾸는 사회상이란 게 있지요? 마침 다음주 수요일이 국회의원 총선거일이기도 한데요. 그 사회상에 대한 반영이 선거라는 걸 통해 투표행위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바로 자신의 꿈을 올바르게 실현시켜 줄 것 같은 정당과 인물을 선택하면서 말입니다.

저 역시도 제가 꿈꾸는 세상이란 게 있습니다. 한 세가지 정도가 되는데요. 참고로 좀 적어볼까요? 우선은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그 하나구요. 또 하나는 병든 사람은 누구나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그 두 번째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나이가 들어 고령이 되면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는 사회입니다.

이 세가지는 제가 대학생이던 아주 어렸을 때부터 품어왔던, 그리고 지금도 편치 않는 제가 생각하는 '살맛 나는 세상'에 대한 제 나름의 기준입니다. 사실 어느 것 하나 쉽게 실현되기 어려운, 이 중에서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실현된다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은 그런 힘들고 복잡한 문제들이지요.

얼마 전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을 보다가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어학연수생들의 실태라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지방에 있는 어느 대학 부설 랭귀지 스쿨에 다니는 학생들이 수업은 도외시한 채 돈벌이에만 여념이 없다는 고발 내용이었습니다. 밤 새워 공장에서 일하고 낮에는 부족한 잠을 자느라고 학교를 빼 먹는 게 다반사라는 거였는데요.

물론, 어학연수생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알바에만 충실한 그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그 문제를 그들만의 잘못으로 몰아 붙이기에는 왠지 속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곳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모두 다 똑 같은 이유를 갖고 어학연수를 오지는 않았겠지요? 정말로 공부를 목표로 오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반면 게 중에는 돈 벌 목적으로 한국어 학교에 등록한 학생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야 한국행 비자를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과거 2000년대 이전,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일본행을 택했던 때와 많이 유사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돈 벌이 목적으로 일본어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지요. 또 돈 벌이도 꽤 쏠쏠했구요. 하루 14시간 정도 일하면 월 30~40만엔 버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때, 당시 유학생들의 고민은 공부를 할 것이냐 돈을 벌 것이냐 였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아마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는 동남아나 중국 유학생들의 고민과 흡사하지 않았을까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옛날 저의 유학생활이 오버랩 되기도 했는데요. 앞서도 말씀 드렸던,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사회는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뜻이 있는 사람의 기회 자체를 막아 버리는 비정한 사회는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요. 공장에서 밤새워 일하는 학생들 속에는 정말 그렇게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수업료와 생활비 조달이 곤란한 학생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의 꿈을 펼쳐 보려고 하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자체가 원천 봉쇄 당해 끝내는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경계하자는 것입니다.

아마, 행정관청이 직접 나서서 학생 한 명 한 명을 직접 관리하려 든다면 가장 편한 방법이 아르바이트 완전 금지 또는 제한적 허용 정책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럴 경우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분명 존재하게 되겠지요? 이런 안타까운 피해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생들의 출결 문제를 투명하고 엄격하게 규제토록 하고 이를 전적으로 해당 한국어학교에 일임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행정관청은 이들 한국어학교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지요. 출결에 거짓은 없는지, 수업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엄격하게 관리하면 되겠지요.

그리고 일정한 출석율에 미달하는 학생들은 다음 비자 갱신시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인데요. 이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정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이와 같구요. 다만, 아르바이트에 대한 규제만은 완전 개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돈 한 푼 없는 학생들도 밤새워 일해가며 공부할 수 있을테니까요. 단, 그렇게 밤새워 일하고 공부는 언제 하겠냐는 배부른 투정은 절대 사양입니다. 누군들 잘 때 자고 공부해야 할 때 공부하고 싶지 않아서 밤새워 일하고 졸린 눈 비비며 공부하겠습니까?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 그런 대한민국 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Posted by 강동완(국제정치학 박사)